역사적 이야기

2010년 스피노자 프리즈 수상자 발표… '네덜란드판 노벨상' 주인공은?

네덜란드 과학연구기구(NWO)는 네덜란드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에 매년 수여하는 이른바 '네덜란드판 노벨상', 스피노자 프리즈(Spinoza Prize) 2010년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올해의 수상자는 사회심리학자 나오미 엘레머스(Naomi Ellemers), 천문학자 마린 프랑크스(Marijn Franx), 구조생물학자 피트 흐로스(Piet Gros), 그리고 고전학자 이네케 슬라위터(Ineke Sluiter)입니다. 각 수상자는 자신이 직접 선정한 연구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250만 유로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며, 이는 NWO가 지급하는 최고 금액의 연구비입니다. 네 과학자는 '탁월하고 획기적이며 영감을 불어넣는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변모한 유리천장

나오미 엘레머스 교수는 1987년 흐로닝언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라이던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녀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는 성차별(sexism)입니다. 지난해에는 저서 『21세기의 유리천장』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은 더 이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존속하며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변형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노골적인 적대적 차별은 사라지고, 대신 '선의적 성차별(benevolent sexism)'이라 불리는 형태가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직장에서 동료들은 남성에게는 스스로 일을 맡기면서, 여성에게는 '그 업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도움을 제안하는 식입니다.

엘레머스는 이러한 성차별에 항의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친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양성 간의 불평등이 은근히 유지되고 있으며, 여성들은 이에 대해 결코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엘레머스의 연구는 성 불평등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조직 내 인간 행동 역시 그녀의 관심사로, 최근에는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고, 작년에는 지위 상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어떤 심리적 경험인지 탐구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더 많은 보수나 좋은 커리어 전망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집단이나 조직을 도덕적으로 정체성의 일부로 느낄 때 가장 강한 헌신을 보인다는 점도 입증했습니다.

하나의 은하가 걸어온 길

마린 프랑크스 교수는 '우주 고고학자'라고 불릴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지상 망원경과 유명한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 관측 자료를 활용해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은하들을 찾아냅니다. 이 은하들은 우주가 극히 초기였을 때 탄생한 존재들입니다. 그는 관측을 통해 거듭 기록을 세웠으며, 120억 년이 넘는 나이의 은하를 발견했습니다.

프랑크스는 연구 과정에서 우주에서 가장 먼, 가장 오래된 은하들이 현대의 은하들과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이 초기 은하들은 때때로 우리 은하보다 질량이 열 배에 달하고 훨씬 더 조밀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초기 우주에는 오늘날보다 훨씬 많은 밝고 수명이 짧은 별들이 존재했습니다. 프랑크스의 연구는 빅뱅 직후 우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베일을 걷어 올리며, 하나의 은하가 어떻게 진화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프랑크스는 라이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원 시기를 거쳐 흐로닝언 대학교 교수를 지낸 뒤, 1998년 라이던으로 돌아와 현재 천문학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네덜란드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합니다.

거대 단백질 결정의 해부

위트레흐트 대학교 바이오거대분자 결정학 교수인 피트 흐로스는 특히 면역계와 관련된 단백질 구조 규명에 일평생을 바쳐 왔습니다. 이번 스피노자 프리즈는 단백질 C3의 구조를 규명한 공로로 수여됩니다. C3는 선천면역계의 핵심 단백질입니다.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려면 먼저 단백질을 결정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C3는 분자 크기가 매우 커서 수십 년간 결정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를 방사선으로 조사한 뒤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흐로스의 연구진은 마침내 2005년 C3 단백질의 구조 규명에 성공했고, 그 결과 1,641개 아미노산 잔기로 이루어진 이 단백질 내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를 보여주는 3차원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C3는 여러 자가면역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흐로스의 연구는 류머티즘, 루푸스, 패혈증, 신장 및 심혈관 질환 분야의 신약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2010년 5월 네덜란드 왕립 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으로도 선출되었습니다.

호메로스와 표현의 자유

라이던 대학교 그리스어문학 교수인 이네케 슬라위터는 고전 텍스트가 현대 사회에 갖는 의미를 연구합니다. 그녀의 핵심 관심사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녀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슬라위터에 따르면 『일리아스』는 표현의 자유를 '권리 중의 권리'로 여기는 민주주의를 묘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무도 그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 역설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외에도 슬라위터는 고전 텍스트가 고대 사회에 미친 다양한 영향을 연구합니다. 호메로스 등 고전 작가들이 교육에 끼친 영향, 도시와 농촌의 차이, 남성성과 용기가 논의되던 방식 등을 규명해 왔습니다. 또한 성경도 그녀의 연구 대상으로, 기독교 교육이 텍스트 이해와 경전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합니다.

슬라위터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그리스·라틴어문화학을 전공하고 1990년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0년부터는 고전학 국가연구협력기구 OIKOS의 학술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NWO의 위촉으로 인문학 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상 일정

올해로 스피노자 프리즈는 16회째를 맞이합니다. 첫 시상은 1995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수상자 발표는 헤이그 뮈제온(Museon)에서 열린 '베센삽(Bessensap)' 행사 중에 진행되었지만, 공식 시상식은 아직 한참 뒤에 열립니다. 네 명의 수상자는 올가을 시상금과 함께 스피노자 동상을 받게 됩니다.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