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면서도 유연하고 결코 부러지지 않았던 전설의 다마스커스 검. 독일 연구진에 따르면, 1200년경 동방의 대장장이들은 자신도 모른 채 이미 나노튜브를 활용해 무기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십자군이 동경한 부러지지 않는 검
십자군 전사들이 예루살렘까지 원정을 떠난 데에는 하나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부러지지 않는 사라센의 검'입니다. 당시 이교도라 불리던 무슬림들의 검은 서구의 검보다 훨씬 강하고 유연했으며, 돌이나 적의 방패에 부딪혀도 끄떡없았습니다. 이러한 다마스커스 검의 위상은 유럽에서 신화적인 경지에 올랐습니다.
유럽 전역의 대장장이들이 이 강철을 재현하려 애썼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강철의 독특한 특성은 바로 나노기술 덕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철 속의 탄소 불순물이 단조 과정에서 나노튜브로 변형된 것이죠. 말하자면 '나노기술의 선구적 사례'인 셈입니다.
신비의 광석, 우츠(Wootz)
동방의 대장장이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나노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처음은 아닙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의 황금빛 광채 역시 나노입자의 초기 응용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신비로운 강철의 비밀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찾았습니다. 진짜 다마스커스 강철은 모두 인도의 한 광산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그 광산에서 채굴되는 광석을 '우츠(wootz)'라고 부릅니다.
모든 강철은 철과 탄소의 합금입니다. 여기서 탄소의 함유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탄소가 1~2% 포함되면 매우 단단한 재료가 되지만, 동시에 '부서지기 쉬운' 성질도 갖게 됩니다. 주철이 대표적인 예로, 아주 강하지만 유연성이 없어 힘이 가해지면 휘어지지 않고 부러집니다. 검에는 적합하지 않은 성질이죠. 일반적인 검의 탄소 함량은 1% 미만입니다. 그런데 우츠 철에는 탄소가 1.5%나 들어 있어 분명히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검들은 그토록 유연할 수 있었을까요?
전자현미경이 밝혀낸 나노 구조
독일 드레스덴 대학의 연구진은 다마스커스 검의 아주 작은 조각을 강한 산에 녹여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이 역설을 해결했습니다. 그 결과, 우측에 포함된 탄소는 대부분 탄화철 형태였으며, 이는 매우 강하지만 잘 부서지는 물질입니다. 또한 철에는 바나듐, 크롬, 마그네슘, 코발트, 니켈 같은 희귀 금속의 미량 성분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어 전자현미경으로 재료 내부의 구조를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구조는 나노 스케일까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반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나노튜브들이 탄화철로 이루어진 핵심 부분을 보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연한 나노튜브와 단단한 탄화철의 결합이야말로 이 검들이 그토록 강했던 이유로 추정됩니다.
불순물이 만든 기적
연구진은 나노튜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만드는 방식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고, 아마도 단조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단조 과정에서 강철은 여러 차례 극한까지 가열된 후 빠르게 냉각되었습니다. 강철이 뜨겁고 무른 상태일 때 대장장이는 강철을 '접었다 폈다' 하며 두들겨 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금속 내부에 층이 형성되어 강철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 방법 자체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츠에 포함된 불순물들은 단조 과정에서 철 밖으로 밀려나 중간층에 몰리면서, 마치 제멋대로 생명을 얻은 듯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량 원소들이 나노튜브 형성을 촉매작용했고, 이 나노튜브들이 다시 탄화철 나노와이어의 형성을 촉진한 것입니다. 검이 완성되었을 때 이 층들은 강철 표면에 줄무늬 패턴으로 남았고, 오히려 품질의 상징으로 여겨지기까지 했습니다.
사무라이의 카타나에도 나타난 패턴
이러한 검들은 1200년부터 인도에서 만들어졌으며,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를 거쳐 서방으로 교역되었기 때문에 '다마스커스 검'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지구 반대편에서도 초강력·초절단 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그곳에서도 이 검들에는 전설적인 힘이 깃든 것으로 여겨졌는데, 사무라이의 카타나 역시 다마스커스 강철 특유의 무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광산은 1800년경 고갈되었습니다. 이제 다마스커스 주방용 칼을 맞춰 제작할 수는 없지만, 박물관에서 그 전설의 면모를 감상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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