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과학자가 점토와 막대기로 채찍 모양의 꼬리를 만들어 닭의 엉덩이에 부착했습니다. 그러자 그 닭은 마치 공룡처럼 걷기 시작했고, 연구진은 이 독특한 실험으로 '먼저 웃음을 주고, 나중에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구'에 수여하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받게 되었습니다.
멸종한 공룡의 행동과 외모를 파악하는 일은 연구자들에게 늘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과학에 다행인 점은, 티라노사우루스(T-Rex)를 비롯한 두 발 걷는 공룡들의 후손이 아직 지구에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새입니다. 칠레의 과학자들은 닭에게 흔들리는 꼬리를 달아줌으로써 뼈가 공룡처럼 자라도록 유도했습니다.
공룡의 걸음걸이 재현
두 발로 걷던 공룡들은 이처럼 흔들리는 긴 꼬리를 가져 무게 중심이 닭보다 훨씬 뒤쪽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보행 방식도 달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모습은 화석 뼈만으로는 알기 어렵습니다.
실험 결과, 채찍 꼬리를 단 닭의 뼈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으며 대퇴골과 경골 사이의 각도도 넓어졌습니다. 덕분에 닭의 무게 중심 역시 공룡처럼 뒤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무릎의 유연성은 줄어들었고, 닭들은 무릎이 아닌 고관절을 중심으로 걷게 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만든 닭이 완벽한 공룡은 아니라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작은 앞다리 대신 날개를 가지고 있는 등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조류를 조작하는 방식을 통해 공룡의 체형과 운동 방식의 진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연구로 공룡의 꼬리가 고관절 중심의 보행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입니다.


위 사진은 일반 닭, 아래 사진은 '디노 닭(dino chicken)'입니다. 디노 닭은 고관절을 중심으로 걷는 모습이 특징이며, 몸을 일반 닭보다 조금 더 숙이고 있습니다. 출처: Grossi et al, PLOS 2014.
이어지는 공룡 닭 실험들
닭은 실험 동물로서 종종 희생양이 되곤 합니다. 모든 조류가 공룡의 후손이지만, 그중에서도 닭은 유전적으로 공룡과 가장 유사한 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해 초에는 부리의 기원을 규명하기 위해 닭 배아의 유전자가 조작되었습니다. 부리 성장을 유전적으로 억제하자 배아는 주둥이 형태를 발달시켰는데, 놀랍게도 그 모습은 벨로키랍토루스(Velociraptor)의 주둥이와 흡사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바트안잔 불라(Bhart-Anjan Bhullar)는 예일 뉴스(Yal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였으며, 단 하나의 간단한 메커니즘이 크고 의외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벨로키랍토루스 주둥이를 가진 닭으로 만족하지 않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팔레온톨로지스트 잭 호너(Jack Horner)입니다. 그는 닭으로 '진짜' 공룡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의 과학 고문을 맡은 이후로 그는 멸종한 공룡을 되살리겠다는 집념을 불태워 왔습니다. 문제는 공룡 화석에서 DNA를 분리하는 데 계속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2009년 호너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호너에 따르면 유전적 스위치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진짜' 공룡을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룡은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현대의 조류가 되면서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났지만, 과거의 유전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꺼져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호너는 새로 생긴 유전자를 끄고 오래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려 합니다. 그가 구상하는 이 동물의 이름은 바로 '치킨노사우루스(Chickenosaurus)'입니다. 이 동물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언제 실체를 드러낼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