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고고학자들이 라인 강 동쪽 지역에서 로마 군사 거점의 유적을 잇달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마 제국이 국경 방어선인 라임스(Limes) 바깥에서도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투토부르크 숲의 전설
게르만 영웅 아르미니우스(Arminius)를 기리는 웅장한 기념상이 독일 투토부르크 숲(Teutoburg Forest)의 나무들 위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게르만어로 '헤르만(Hermann)'이라 불리는 그는 서기 9년, 이 북부 독일의 숲에서 푸블리우스 바루스(Publius Varus) 장군이 이끄는 로마 3개 군단을 게르만 부족 연합군과 함께 격파한 인물입니다.
투토부르크 숲에서의 패배 이후 로마는 게르마니아 정복을 포기하고 라인 강 서쪽으로 후퇴했습니다. 이 강은 이후 로마 제국의 북방 국경, 즉 철저히 경비된 라임스 역할을 하게 됩니다.
헤르만 기념상은 1875년, 독일 제국 건국 몇 년 뒤에 세워졌습니다. 수백 년 전 게르만 영웅이 로마군을 몰아내고 독일을 로마의 멍에에서 해방시켰다는 민족주의적 서사는 당시 시대정신에 딱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부 고고학자들은 이 유명한 전투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최근 들어 투토부르크 전투 이후에도 로마인들이 라인 강 동쪽에 계속 존재했다는 단서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08년에는 라인 강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하르츠호른(Harzhorn)에서 로마 전장 유적이 발견되어, 복수 원정대가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숙이 진출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라임스가 구축된 이후에도 독일 땅에서 로마의 존재를 시사하는 증거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목책 탑
2011년 고고학자들은 라인 강에서 약 200km 떨어진 괴팅겐(Göttingen) 근처에서 6곳의 소규모 로마 군사 기지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원정 중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된 요새화된 목책 탑들로, 독일 고고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1~2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투토부르크 전투 이후, 그리고 로마군이 라인 강 이서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보다 한참 뒤에 세워진 것입니다.
고대사 학자 요나 렌더링(Jona Lendering)에 따르면, 이 탑들이 세워졌다는 사실 자체가 로마가 게르만 지역에서 계속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또한 이 탑들은 일종의 반영구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두 차례 이상의 원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발견은 로마인들이 괴팅겐 주변 지역을 안전하다고 여겼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라인 강으로 후퇴할 때 탑들을 그 자리에 내버려 두었으니까요. 물론 이 지역에서 본격적인 군사 기지가 발견될 가능성, 그리고 로마가 잃었던 영토를 되찾을 것을 고려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렌더링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괴팅겐에서 그런 극적인 발견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지난해, 독일 림부르크(Limburg) 마을 근처 철교 공사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이 대규모 로마 야영 기지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림부르크는 라인 강에서 약 35km 떨어진 곳으로, 로마 시대 기준으로 이틀간의 행군 거리에 해당합니다. 이 야영지는 약 14헥타르 규모로 최소 3,000명의 병사를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림부르크 근처에서 발견된 이 군사 기지의 정확한 연대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와인 등을 담아두던 항아리인 '암포라(amphora)' 조각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아우구스투스 시대(기원전 63년경~서기 14년경)에 사용된 형식입니다. 그러나 보다 정밀한 연대 측정에 활용될 수 있는 암포라의 특징적인 입술 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 기지가 투토부르크 패배 직후 비워졌는지, 아니면 이후 게르만 부족으로부터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 데 사용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결정적 확인 (2013년 5월 7일 업데이트)
림부르크 인근, 라인 강 동쪽에서 발견된 군사 기지에 대한 추가 고고학적 조사 결과, 이곳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로마 군사 기지 유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오래된 야영지는 약 10헥타르 규모이며, 그 북쪽에서 약 4헥타르 규모의 더 새로운 야영지가 확인되었습니다. 북쪽 야영지에서는 로마 군화에 사용된 징못이 발견되었는데, 그 형태와 크기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50년경 갈리아 원정을 벌이던 시기에 사용된 것과 명백히 일치합니다.
독일 고고학자들은 이를 카이사르가 갈리아 정복 기간 동안 라인 강 동쪽에서도 활동했다는 확실한 확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카이사르 자신이 전쟁 회고록에서 군대가 라인 강에 다리를 놓았다고 기술했지만, 지금까지는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증거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