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이집트 여왕 하트셉수트(Hatshepsut)의 실물 크기 석상이 라이덴 국립 고대박물관(National Museum of Antiquities)으로 돌아왔다. 이 조각상은 2005년부터 미국에서 전시되어 왔으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해 순회 전시의 대표적인 볼거리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고대 이집트 최고의 권력자
하트셉수트 여왕은 클레오파트라, 네페르티티와 함께 고대 이집트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여성 중 한 명이다. 남편 투트모세 2세가 사망하자, 그녀는 어린 의붓아들 투트모세 3세의 섭정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히 대리 통치에 머무르지 않았다. 전통을 과감히 깨뜨릴 용기를 가진 강렬한 통치자였던 그녀는 스스로 파라오로 즉위했고, 기원전 1479년부터 1458년까지 무려 21년 넘게 나라를 다스렸다. 당시 이집트에서 여성이 왕으로 군림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석상의 행방
하트셉수트 여왕 재위 기간 동안 그녀의 실물 크기 석상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여왕 사후 그녀는 실각하고 명예가 실추되었으며, 테베 왕가의 계곡에 있는 그녀의 장례 신전에 세워졌던 석상은 산산조각 났다. 여왕의 다른 많은 초상들도 함께 파괴되었고, 비문 속 그녀의 이름마저 도려내졌다. 수천 년이 지난 후, 미국 고고학자들이 장례 신전 근처의 채석장에서 부서진 채 버려진 석상을 발견하게 된다.
석상의 각 부분은 이후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몸통 부분은 1869년 네덜란드의 헨드릭 왕자가 손에 넣었고, 1928년 대비 에마가 라이덴 국립 고대박물관에 기증했다. 반면 머리와 받침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소유가 되었다. 1998년 분리되었던 부분들이 마침내 다시 하나로 합쳐졌고, 2005년부터는 폭력적으로 찢겨나간 지 약 3500년 만에 완전한 모습으로 미국에서 전시되었다.
여성이자 파라오, 두 개의 얼굴
이번 주부터 하트셉수트 여왕은 라이덴 국립 고대박물관으로 돌아와 상설 '이집트인(Egyptians)' 전시관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 희귀한 석상은 여왕의 전통 머리 장식을 두르고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트셉수트는 모든 전통에 역행하여 파라오로서도 불후의 존재가 되었는데, 바로 의식용 왕의 수염과 왕관을 쓴 남성의 모습으로 영원히 새겨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