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수산화석회(소석회) 나노입자를 활용해 마야 고대 벽화의 벗겨지는 안료를 다시 붙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단 일주일 만에 열화(劣化) 과정이 완전히 멈췄을 뿐 아니라 일부는 되돌려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hemistry – A European Journal'에 발표되었습니다.
멕시코 칼라크물 유적의 위기
멕시코 마야 유적 칼라크물(Calakmul)의 벽화는 바람과 대기 오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심각한 손상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들은 석회암 위에 천연 안료로 그려졌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안료가 서서히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은 벽을 이루는 석회암(탄산칼슘, CaCO₃)이 공기 중의 황 화합물 영향으로 훨씬 무른 석고(황산칼슘, CaSO₄)로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석고는 물과 접촉하면 쉽게 씻겨 나가므로, 안료가 벽에 점점 붙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림 전체가 소실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기존 보존 시도의 한계
그동안 폴리머나 소수성 코팅제로 벽화를 보호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들 물질은 가교 결합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석회암 자체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이에 피렌체 대학교 표면화학 연구센터의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소석회 나노입자를 적용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고, 마침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나노입자가 작동하는 원리
소석회(수산화칼슘, Ca(OH)₂)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와 반응해 단단한 탄산칼슘(CaCO₃)으로 변하며 벽의 빈틈을 메웁니다. 부산물은 약간의 물뿐입니다. 새로 생성된 탄산칼슘 덕분에 안료가 벽에 다시 단단히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반드시 나노 크기의 입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300나노미터 이상의 큰 입자는 분무할 때 안료층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그림 위에 하얀 막을 씌워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킵니다. 반면 나노입자는 충분히 깊게 침투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벽화에 가용성 황산염이 많으면 수산화칼슘이 황산염과 먼저 반응해 쓸모없는 석고를 만들어버리는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연구팀은 반응 속도가 더 빠른 수산화바륨 나노입자를 함께 첨가했습니다. 수산화바륨이 황산염과 우선 반응해 주기 때문에 수산화칼슘이 제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단 일주일 만에 드러난 효과
연구팀은 바륨·칼슘 수산화물 나노입자 혼합물을 유기용매인 프로판올에 녹여 벽화에 분무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열화가 멈추고 들떠 박리되던 안료도 일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칼라크물의 벽화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복원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연구진은 이미 배, 회화, 조각품 등 다른 문화재 보존 분야에도 나노입자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