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탈취된 네덜란드 편지 수천 통, 이제 누구나 인터넷에서 읽는다

1980년, 런던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은 17~18세기 영국이 나포한 네덜란드 선박에서 나온 수천 통의 손편지였다. 이 시기의 개인 문서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 편지들은 역사학자와 언어학자 모두에게 유례없는 귀중한 연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구자들이 일부만 발표해 왔다. 대표적으로 라이덴 프로젝트 '전리품이 된 편지(Letters as Booty)'의 '이달의 편지' 코너를 통해 소개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크게 바뀐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노력 덕분에 전사(轉寫)된 편지 3000통이 다음 주부터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되며, 올해 말까지 그와 비슷한 분량의 편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는 연구자들에게만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일반인도 웹사이트를 방문해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약어의 미궁

2011년 12월 1일부터 지금까지 110명의 자원봉사자가 편지 전사, 즉 원문을 정확하게 다시 옮겨 적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들을 지도하는 사람은 메르텐스 연구소(Meertens Instituut)의 연구원 니콜린 반 데르 시스(Nicoline van der Sijs)다. 그녀는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는 고문서 해독 경험이나 관련 배경이 있어 읽기 어려운 원고를 다룰 수 있었다. 전문성이 높은 10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이 교정을 맡았는데, 실로 방대한 작업량이었다"고 말했다.

메르텐스 연구소에서 개발한 에디터 덕분에 많은 사람이 동시에 편지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중이 연구에 직접 참여해 연구자가 업무 시간 내에 처리하기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이런 대규모 크라우드소싱 방식은 네덜란드에서 비교적 새로운 시도다.

문서를 읽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글씨의 부주의함(혹은 미숙함)과 열악한 보관 상태(많은 편지가 두루마리처럼 말려 있었고, 구멍이 뚫린 것도 있다)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텍스트에 등장하는 방대한 약어가 큰 장애물이다. 반 데르 시스는 "자원봉사자들은 약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사본에는 항상 괄호 안에 풀이를 병기했기 때문에 그것이 해석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DGG는 고정 문구인 D(ie) G(od) G(eleide), 즉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기를'을 가리키는 데 흔히 쓰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같은 약어가 여러 의미로 쓰일 때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m.'은 옛 부피 단위 '무드(mud)'를 가리키기도 하고 토지 면적 단위 '모르겐(morgen)'을 뜻하기도 하며,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단어를 나타내기도 한다. 반 데르 시스는 "때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내는 것 자체가 꽤 어려운 퍼즐이었다"고 말했다.

메타데이터로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자원봉사자들은 편지를 전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위 메타데이터도 함께 기록했다. 연도, 텍스트 유형, 발신인과 수신인 같은 정보다. 이 메타데이터 덕분에 편지 데이터베이스 검색이 한결 수월해져, 누구나 자신만의 질문을 자료에 던질 수 있다. 반 데르 시스는 "모든 편지를 연대순으로 보여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특정 선박에서 나온 편지, 특정 발신인의 편지, 특정 선장에게 보낸 편지만 골라 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편지를 전사해 일반에 공개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방대한 규모는 처음이다. 게다가 기존 공개 자료는 대개 편지의 일부 발췌에 배경 설명을 곁들인 수준에 그쳤다. 반 데르 시스는 "우리의 목표는 이용 가능한 스캔본 전체를 전사본과 메타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방하는 것이었다. 이제 일반인이든 연구자든 읽기 어려운 원고를 직접 해독할 필요 없이 데이터를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어 변화 연구의 새로운 창

메르텐스 연구소에서는 이 코퍼스를 최소한 네더랩(Nederlab)에 통합할 계획이다. 네더랩은 네덜란드어와 네덜란드 문화사에 중요한 디지털화된 텍스트를 모두 모아두는 데이터베이스다. 이를 통해 언어학자는 17~18세기 필사 에고도큐먼트(개인 기록물)의 언어 사용이 같은 시기 인쇄 텍스트와 얼마나 다른지 조사할 수 있다.

반 데르 시스는 "이제 이렇게 방대한 텍스트 파일을 확보했으니, 다른 대륙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이 남긴 일기나 개인 기록물과도 언어를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옛 뉴암스테르담(현 뉴욕)에는 많은 문서가 남아 있다. 미국에 살던 네덜란드인들이 쓰던 언어는 변했는가? 변했다면 어떤 면에서, 얼마나 빨리 변했는가? 요즘은 텍스트 파일이 충분히 크기만 하면 차이점과 유사점을 찾아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텍스트 비교 연구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줄지 무척 궁금하다"고 밝혔다.

상업 서신에서 플랜테이션 목록까지

공개되는 자료는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 반 데르 시스에 따르면 편지의 약 절반은 상업 서신이다. "화물 운송장이나 재무 제표 같은 것들은 경제사 연구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수리남 플랜테이션의 목록 전체도 있다. 현금 출납 기록, 노동력으로 동원된 사람이 몇 명이었는지, 그들로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지금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훌륭한 추가 사료가 된다."

편지를 쓴 사람들의 신분도 매우 폭넓다. 선박 승무원들이 주고받은 편지뿐 아니라 그 밖의 서신도 코퍼스에 포함돼 있다. 반 데르 시스는 "예컨대 동인도에 플랜테이션을 두고 임시로 거주하던 사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가 친척에게 편지를 보내려면 선장에게 맡겼다. '지금 엔크하위젠으로 돌아가는 길이지? 그럼 이 편지를 아내에게 좀 전해 줘' 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케우 아카이브에는 아직 미발굴 자료가 산더미

한편 런던 케우(Kew)의 문서보관소에는 아직 풍부한 자료가 남아 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9000건의 스캔본이 있는데(약 6000건이 공개 대상이고 나머지는 텍스트가 없는 것), 나머지 편지들은 한 번도 촬영된 적이 없다. 정확히 몇 통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반 데르 시스는 "흔히 38000이라는 숫자가 거론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이 추정은 당시 목록을 작성한 로엘로프 반 겔더(Roelof van Gelder)의 것이다. 그는 매우 성실하게 조사했지만, 예컨대 덴마크 선박이나 프랑스 선박에서 나온 것으로 표시된 상자는 열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상자에도 종종 네덜란드어 텍스트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확보한 편지 중 일부는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다. 이 언어권 자료가 모두 즉시 웹사이트에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원고를 읽을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적어 교정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년 초까지는 모든 자료를 공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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