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이야기

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의 정교한 기술을 모방하다

약 3만2천 년 전까지 유럽에 살았던 인류의 친척 격인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까지 좋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도 정교한 도구와 장신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기술은 당시 유럽에 이미 널리 퍼져 있던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에게서 받아들인 것이었다.

네안데르탈인이 복잡한 도구는 물론 장신구까지 만들었다는 증거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프랑스 중부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그로트 드 렌(Grotte du Renne)과 생 세제르(Saint Césaire)에서는 이른바 '샤텔페롱 문화(Châtelperronian)' 시기의 도구와 섬세한 신체 장식품 근처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유골이 발견된 바 있다. 이 시기의 도구와 장신구는 주로 부싯돌 등을 특정한 방식으로 가공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런 유물 곁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수천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그것들을 만들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조합이 확인된 곳은 그로트 드 렌과 생 세제르뿐이다. 게다가 두 동굴 모두 여러 개의 고고학적 지층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는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유해도 함께 발견되었다.

여러 지층이 쌓인 유적지에서 흔히 그렇듯이, 지층들이 서로 뒤섞였을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나중에 동굴에 거주한 사람들이 이전 네안데르탈인의 유해를 파내면서 층위가 섞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연구에서는 이러한 혼합이 일어났을 개연성이 크다는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인가

그러나 이번 주 독일 라이프치히의 막스 플란크 진화인류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의 장자크 위블랭(Jean-Jacques Hublin)이 이끄는 고고학자 팀은 과학 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정반대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로트 드 렌에서 서로 다른 고고학적 지층의 유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비교·분석하고 연대를 측정한 결과, 지층이 뒤섞였다는 의심은 기각되었다. 연구팀은 최첨단 탄소-14(C14) 연대측정법을 활용했다.

그 결과 샤텔페롱식 도구가 출토된 지층의 네안데르탈인 유해는 4만4,500년에서 4만1,000년 전 사이의 것으로, 부싯돌 칼과 도끼, 그리고 마감 처리가 정교한 장신구와 거의 같은 시기의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생 세제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골격 역시 같은 시대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블랭에 따르면, 해당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이 이 지역에 살았고 그 물건들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이것이 네안데르탈인이 샤텔페롱 유물을 만드는 데 쓰인 첨단 기술을 스스로 고안할 만큼 영리했다는 뜻은 아니다. 위블랭은 그보다는 당시 유럽의 광범위한 지역에 이미 퍼져 살고 있었고 그런 물건들을 만들 줄 아는 것으로 알려진 현생 인류에게서 기술을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 적어도 네안데르탈인은 복잡한 기술을 모방할 만큼은 지능이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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