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그리스 아이기오(Aegio)에서 남서쪽으로 8km 떨어진 트라페자(Trapeza) 고원 발굴 조사의 첫 번째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귀중한 부장품 유물과 함께 청동검이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이 일대는 초기 역사 시대에 번성했던 도시 리페스(Rypes)로 비정되며, 리페스는 대그리스(Magna Graecia) 지역에 크로톤(Kroton) 식민도시를 세우는 데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문화체육부(YPPOA) 발표에 따르면 이번 발굴은 고원 남서쪽 사면에 자리한 미케네 시대 묘지 연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묘지는 역사 시대의 아크로폴리스로 이어지던 옛 도로변에 위치한다. 무덤들은 부드러운 모래질 하부 지층을 파내어 만든 석실묘 형태로, 미케네 문명의 궁전 성립기부터 이미 오래도록 집중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미케네·티린스·필로스 등 거대 궁전 중심지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와 나란히 하는 것이다.
특히 기원전 12세기에는 무덤들이 다시 열려 반복적으로 재사용되었으며, 청동기 시대가 저물어가는 기원전 11세기까지 매장 의식과 복합적인 제례 행위의 공간으로 기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동방과의 교역을 보여주는 부장품
이번 묘지 발굴에서는 각종 토기, 인장석, 유리·파이앙스·금·카넬리언·수정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구슬과 봉헌물로 구성된 귀중한 부장품군이 출토되었다. 이들은 목걸이와 정교한 장신구를 이루었으며, 특히 황소 머리(뷔크라니아) 형태의 금 부적은 동부 에게해와 키프로스와의 교역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조사된 8호분의 직사각형 석실은 복잡한 퇴적 층위를 드러냈다. 기원전 12세기 최초 매장층에서는 입구가 봉인된 형태의 암포라(false-mouthed amphora)로 장식된 세 구의 유골이 조사되었다. 더 이른 시기 무덤의 뼈들은 제거된 뒤 석실 뒤편 벽면에 밀착되도록 두 겹으로 포개어 쌓인 무더기 속에 경건하게 안치되어 있었다. 이 유골 무더기 위에서 발견된 세 개의 명문 토제 알라바스터와 암포라는 이른 시기 매장이 미케네의 궁전 성립기, 즉 기원전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감을 입증한다.

아가멤논 전설과 맞닿는 청동검
가장 이른 매장을 수반한 유골과 부장품 사이에서는 유리·카넬리언 구슬, 토제 말 피규어, 그리고 예외적으로 완벽하게 보존된 청동검 한 자루가 함께 놓여 있었다. 또한 유골 무더기 바닥에서는 목재 손잡이의 일부가 남아 있는 온전한 청동검 두 자루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세 자루의 검은 각기 다른 유형, 즉 산다스(Sandars) D형과 E형에 속하며 미케네 세계 궁전기의 전성기로 편년된다.
문화체육부는 이런 무기류의 존재, 그리고 트라페자 묘지 인근 무덤 발굴에서 나온 같은 시기의 긴 창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는 아카이아 지역의 다른 묘지들과 트라페자를 구별 짓는 요소로, 당시 지역 사회가 강력한 궁전 중심지에 직접 의존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무기들은 궁전 작업장, 어쩌면 미케네의 산물일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에게 전해진 서사시와 신화 전통과도 부합한다. 전승에 따르면 아카이아는 아가멤논의 왕국에 속했고, 미케네의 군주 아가멤논은 프리아모스의 나라(트로이) 원정을 어떻게 수행할지 논의하기 위해 인근 아이기오의 가장 뛰어난 인사들을 소집했다고 한다.

기원전 17세기 '궁전' 건물 흔적
트라페자 미케네 정착지의 위치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묘지 사용 초기에는 남쪽 약 100m 지점의 언덕 위에 정착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미케네 묘지 조사와 병행해 정착지 일부를 발굴한 결과, 궁전으로 추정되는 건물의 일부가 드러났다. 중앙에 화덕을 둔 널찍한 직사각형 방으로 구성된 이 건물에서 출토된 특징적인 토기는 기원전 17세기로 연대를 가늠하게 해 준다.
발굴 단체와 후원
아카이아 고대유물관리국(Ephorate of Antiquities of Achaia) 소속 고고학자 안드레아스 G. 보르도스(Andreas G. Vordos) 박사가 고대 리페스, 즉 트라페자 아이기오의 체계적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미케네 묘지와 선사시대 정착지에 대한 학제간 연구 프로그램에는 우디네 대학교의 에게 고고학 교수 엘리사베타 보르냐(Elisabetta Borgna)가 우디네·트리에스테·베네치아 대학교 학생들과 그리스 대학원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아이갈레이아 지역 트라페자, 곧 고대 리페스 발굴의 주요 후원 기관은 A.G. 레벤티스 재단(A.G. Leventis Foundation)이다. 발굴 작업은 올림피아 오도스(Olympia Odos S.A.)의 지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