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들의 결투, 그 생생한 목격담
이탈리아 역사 잡지 <스토리카(Storica)> 69호(2014년 11월호)에는 결투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흥미로운 특집이 실려 있다. 필자가 청년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죽음을 다룬 글을 쓰며 참고했던 바로 그 자료이기도 하다.
이 특집에서 소개된 여러 이야기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18세기에 벌어진 한 차례의 결투에 대한 기록이다. 놀라운 점은 이 기록이 결투 당사자 중 한 명이 직접 남긴 증언이라는 사실이다. 화려한 귀족 폴 드 공디(Paul de Gondi), 훗날 레츠 추기경이 된 인물은 스무 살 되던 해에 또 다른 귀족인 아르쿠르 백작과 검을 맞대고 싸웠다. 그리고 이 아르쿠르 백작이야말로 위대한 철학자 볼테르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마담 뒤 샤틀레가 사랑했던 남자였다.
드 공디가 남긴 결투 증언
드 공디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생 마르셀 교외 너머의 초원에서 결투를 벌였다. 상대는 칼끝으로 내 가슴을 스친 뒤 나를 찔렀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운 좋게도 그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갔다. 나는 짧게 쥔 내 검으로 그의 옆구리를 찌르려 했다. 허나 그는 내 몸보다 크고 훨씬 힘이 세었다. 그는 내 팔을 땅에 눌러 버리고 나를 제압해 버렸다. 우리는 서로에게 해를 입힐 수 없는 채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일어납시다.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은 격에 맞지 않습니다. 당신은 훌륭한 신사입니다. 저는 당신을 존중하며, 이런 상황이라면 당신을 도발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요컨대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벌여진 신사다운 결투였고, 다행히 양측 모두 무사히 마무리되는 해피엔드로 막을 내렸다. 치열한 검술 대결 끝에도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유럽 귀족 사회의 결투 문화가 지닌 독특한 명예 코드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