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더 보르지아(The Borgias)'에서 알레산드로 6세 역을 맡은 배우 제러미 아이언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스캔들 속의 교황
교황 알레산드로 6세 보르지아에 관해서는 이미 강물처럼 방대한 분량의 글이 쏟아져 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이 교황의 추악한 행실과 온갖 만행을 폭로하는 데 할애되었다. 그럼에도 이 인물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빈틈없이 포착해 낸 이는, 당대 최고의 저술가이자 역사가였던 프란체스코 기찌아르디니(Francesco Guicciardini)를 넘어서는 이가 거의 없다.
본명 로드리고 보르지아(Rodrigo Borgia)로 불린 그는 1492년 교황으로 선출되어 150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성좌에 앉았다.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인 그는 재위 내내 조카사위 정치와 부패, 권력 다툼으로 악명을 떨쳤으며, 아들 체사레와 딸 루크레치아를 비롯한 자녀들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일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기찌아르디니의 냉철한 평가
기찌아르디니는 로드리고 보르지아를 두고 이렇게 적었다.
"그의 행실은 극도로 음란했으며, 부끄러움이라곤 없었고, 신앙도 종교도 없었다. 지칠 줄 모르는 탐욕, 그리고 야만성마저 초월한 잔혹함."
짧은 몇 마디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명백하고 어조 또한 극히 가혹하다. 이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부정적인 인물 중 한 명에게 남겨진, 결코 반박하기 어려운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