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홍수 이야기가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직접 유래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두 이야기 사이에는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속 대홍수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150년~1400년경에 집필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로,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서사시 후반부에는 신들이 내린 심판으로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우트나피쉬팀이라는 인물이 배를 지어 가족과 짐승들을 태우고 대홍수에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성경 창세기의 노아 홍수 이야기와 놀랄 만큼 흡사합니다.
그러나 원조는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길가메시 서사시 자체도 홍수 이야기의 원조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학자들은 홍수 모티프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생겨난 뒤, 세대를 거치며 구전과 문헌을 통해 전승되었다고 봅니다. 실제로 길가메시 서사시보다 앞선 시기의 문헌들, 즉 수메르의 주수드라 홍수 이야기와 아카드어로 쓰인 아트라하시스 서사시에서도 거의 같은 줄거리가 확인됩니다.
여러 문화로 퍼져 나간 이야기
메소포타미아에서 태어난 홍수 이야기는 히브리인을 비롯한 주변 여러 민족에게 전해졌고, 각 문화권은 자신들의 종교적·문학적 틀 안에서 이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수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길가메시 서사시는 홍수 이야기의 '원본'이라기보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판본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