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리잘(José Rizal)은 자신의 두 번째 소설 『엘 필리부스테리스모(El Filibusterismo)』를 1872년 스페인 식민 정부에 의해 처형된 세 명의 필리핀 신부 — 마리아노 고메스(Mariano Gómez), 호세 부르고스(José Burgos), 하신토 사모라(Jacinto Zamora) — 에게 바쳤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통칭 곰부르자(GOMBURZA)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순교자들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헌정
리잘이 이 소설을 곰부르자에게 헌정한 것은 그들의 순교를 기리는 추모의 뜻과 동시에, 그들의 기억을 역사 속에 생생하게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곰부르자는 반역과 선동이라는 억울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으며, 그들의 죽음은 필리핀 전역에 커다란 분노와 개혁 요구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리잘은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고, 『엘 필리부스테리스모』라는 문학적 무대를 통해 그 진실을 후대에 전하고자 했습니다.
헌정사에 담긴 메시지
리잘은 헌정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1872년 2월 28일 바굼바얀(Bagumbayan) 광장에서 부당하게 처형된 세 신부, 마리아노 고메스, 호세 부르고스, 하신토 사모라의 영령에게 바칩니다. 교회는 부당한 파문으로, 정부는 가차 없는 폭압으로 이들을 미움과 수치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마음속에서 이들은 사랑과 희망의 상징입니다. 스페인 정부와 가톨릭 교회의 적으로 몰린 이 신부들은 실제로는 권력을 남용해 필리핀 백성을 억압하고 침묵시키려 한 자들의 희생자였습니다."
그들의 순교는 리잘을 비롯한 수많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워야 할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저항의 상징이 된 헌정
『엘 필리부스테리스모』를 곰부르자에게 바친 리잘의 선택은 스페인 정부를 향한 강력한 저항 선언이었습니다. 이 헌정은 부당함과 억압 앞에서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필리핀 백성의 권리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