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세기 중세 일본에서 천황의 명목상 권력은 유력 호족과 쇼군의 실질적 권력에 비하면 그림자에 불과했습니다. 10세기 초부터 이어진 헤이안 시대(794~1185)에는 약화된 천황 권위를 틈타 여러 사무라이 씨족이 서로 다투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겐페이 전쟁(源平合戰, 1180~1185)의 발발로 이어졌습니다.

이 전쟁에서는 서로 다른 천황 후보를 지지한 다이라(平氏) 씨와 미나모토(源氏) 씨가 정면으로 맞붙었습니다. 전쟁은 미나모토 요리토모의 초기 패배로 시작되었지만, 다케다 가문과의 동맹을 통해 승세를 잡았고, 마침내 일본 최강의 세력으로 군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참전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 토모에 고젠(巴御前, 1157~1184?)입니다. 그녀는 '온나 부게이샤(女武芸者)'라 불리는 여 무인으로서, 유명한 『헤이케 모노가타리(平家物語)』에 기록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토모에 고젠과 사무라이 여성들
『헤이케 이야기』는 그녀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특히 아름다운 여인으로, 흰 피부에 긴 머리, 단정한 용모를 지녔다. 뛰어난 궁술가였으며 검술 실력은 천 명 몫의 무인에 버금가, 말을 타든 걸어서든 귀신이나 신이라 해도 마다하지 않고 마주할 상대였다. 전투가 임박하면 요시나카는 그녀를 선봉 장수로 내세웠는데, 무거운 갑옷을 입고 큰 칼과 강궁을 든 그녀는 그 어떤 병사보다도 용맹했다." 토모에 고젠은 사무라이 가문에서 태어났고, 가문을 지키기 위한 무예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사무라이 남성들이 사용하는 무기(목검인 보쿠토, 카타나 등)와 달리, 사무라이 여성들은 나기나타(薙刀)나 활처럼 근접 백병전을 피할 수 있는 무기를 익혔습니다. 때가 되자 토모에는 미나모토 씨 진영에 합류해, 미나모토 당주의 사촌이자 그녀의 남편 혹은 주군인 요시나카 장군과 함께 겐페이 전쟁에 나섭니다. 토모에는 부대를 이끌고 구리카라 고개 전투(1183)에서 다이라 씨를 상대로 결정적 승리를 거두었고, 천황이 머무는 수도 교토를 점령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럼에도 두 사촌 사이의 갈등은 뚜렷했습니다. 요시나카는 아버지의 영토가 사촌에게 넘어간 것을 좌시할 수 없었고, 요리토모는 이를 기회 삼아 그를 모반죄로 고발했으며, 결국 요시나카는 천황으로부터 조적(朝敵), 즉 국가의 적으로 선포됩니다. 요리토모는 이 과정에서 사촌과 대립하면서 천황의 신임을 얻게 된 것입니다. 교토 함락 이후 요시나카는 아와즈 전투(1184)에서 사촌들에게 패배하는데, 전설에 따르면 그의 총희였던 토모에 고젠이 적을 막아서며 주군이 할복(세푸쿠)을 마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합니다.

이 여전사의 최후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겐페이 세이스이키』에서는 그녀가 와다 요시모리에게 패해 그의 첩이 되었다고 전하고, 다른 기록에서는 스스로 출가했다거나, 주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적을 섬멸했다고도 전합니다. 그녀의 실재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시종이었던 야마부키 고젠의 무덤이 발견되면서, 역사학자들은 『헤이케의 노래』에 담긴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역사적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속 토모에 고젠
일본에서 온나 부게이샤 토모에 고젠은 아이즈 축제에서 기려지는 나카노 다케코 같은 다른 사무라이 여성만큼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일본인의 집단적 기억 속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15세기에는 '토모에'라는 제목의 노(能)극이 창작되었고, 18세기 가부키 연극 『온나 시바라쿠(女暫)』 역시 그녀를 암시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그녀는 제시카 아만다 새먼슨의 판타지 소설 『토모에 고젠』 3부작 같은 대중 판타지 문학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만화 분야에서도 토모에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일본 역사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사무라이 딥더 쿄(Samurai Deeper Kyo)』가 대표적인데, 이 작품은 게임과 스튜디오 딘(STUDIO DEEN) 제작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전설적 여전사의 흔적을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세일러문에서도 발견하는데, 이는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집단적 상상력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누라리횬의 손자』에서도 토모에는 악역이 환생하는 매개로 등장합니다. 물론 이런 작품들은 역사적 고증이 엄밀하지 않은데, 실제로 해당 작품에서는 토모에가 다이라 씨의 무기를 얻는 것으로 나오지만, 앞서 살펴봤듯 그녀는 정반대 진영에서 싸웠습니다. 비슷하지만 좀 더 아동용인 형태로는 만화 『우사기 요지ンボ』에서도 '토모에 아메'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제작된 SF 시리즈 『리버월드(Riverworld)』 역시 토모에 고젠을 고대 전사 캐릭터로 활용했습니다.
수많은 재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사무라이 여성의 모습은 엄밀한 역사적 고증보다는 '전사로서의 여성상'과 '사무라이의 명예'라는 이상에 맞춰 그려져 왔으며, 대개 그녀의 아름다움과 총명함이 돋보이는 사랑 이야기와 함께 다뤄졌습니다. 어찌 되었든 토모에 고젠은 모노노후(武者), 즉 사무라이가 권력을 장악한 전쟁의 전설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이 권력은 메이지 유신과 이후 천황 숭상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그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REYES FERRER, Maria. Women and power: queens, countesses, aristocrats and indomitable warriors. International magazine of cultures and literatures, ISSN-e 1885-3625, Nº1, 2014, pp. 286-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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