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952년 작품을 기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고, 할리우드 황금기를 대표하는 다섯 명의 전설적인 배우들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놓고 경쟁했습니다. 이들이 출연한 작품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 꼽히는데요. 후보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게리 쿠퍼 – 《정오의 결투(High Noon)》
- 말론 브란도 – 《비바 자파타!(Viva Zapata)》
- 커크 더글러스 – 《배드 앤 더 뷰티풀(The Bad and the Beautiful)》
- 호세 페러 – 《물랭루주(Moulin Rouge)》
- 알렉 기네스 – 《라벤더 힐 갱(The Lavender Hill Mob)》
영화사에 남은 화려한 후보 명단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토록 강렬한 배우진이 한 시상식에서 오스카 후보로 격돌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섯 명 모두 영화가 배출한 가장 빛나는 연기자들의 반열에 이름을 새긴 인물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시상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 한 가지 사실 때문입니다. 그날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수상한 사람은 다섯 명의 후보 중 누구도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수상자 대신 무대에 오른 또 한 명의 전설
게리 쿠퍼가 《정오의 결투》에서 연기한 보안관 역할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무대에 오른 사람은 쿠퍼 본인이 아니었습니다. 후보 명단에도 없던 또 다른 영화계의 거인, 바로 존 웨인이었죠.
후보 명단만으로도 이미 극적이었던 이 시상식은 이 우연한 상황 덕분에 영화 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단 하나의 무대 위에서 게리 쿠퍼, 존 웨인, 알렉 기네스, 말론 브란도, 커크 더글러스, 그리고 호세 페러의 이름이 영원히 한 장면으로 묶이게 된 것이니까요.
존 웨인의 유쾌한 수상 소감
존 웨인은 소감에서 자신과 쿠퍼가 오랜 친구 사이였으며, 혹시 수상하게 되면 대신 상을 받아달라고 부탁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수상자를 향한 따뜻한 축하의 말이 이어진 뒤, 진짜 웃음 포인트가 등장했습니다.
웨인은 "내가 정말로 게리 쿠퍼를 대신하고 싶었던 건 상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정오의 결투》 주인공 역할이었다"며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많은 돈을 지급하면서도 왜 이 배역을 잡아주지 못했는지, 대표단과 이야기해 볼 생각이라고까지 말해 현장을 폭소케 했습니다.
역사적 순간을 담은 영상
당일 무대에 오른 존 웨인의 모습과 유쾌한 소감은 영상으로도 남아 있어, 지금도 많은 영화 애호가들이 이 전설적인 순간을 되새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