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의 역사

퍼지 우지 엔젤스(Fuzzy Wuzzy Angels)는 왜 수많은 호주 군인들을 도왔을까?

전쟁의 악몽 속에서 탄생한 이름

1942년,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뉴기니 파푸아의 코코다 트랙(Kokoda Track). 오지 정글과 험준한 산악 지형을 가로지르는 이 약 96km의 보행로에서 호주군은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진 호주 군인들을 들것에 나르며 목숨을 걸고 도운 현지 파푸아인들이 있었는데, 호주 군인들은 이들에게 '퍼지 우지 엔젤스(Fuzzy Wuzzy Angels)', 즉 '곱슬머리 천사'라는 애칭을 붙여주었습니다.

'퍼지 우지 엔젤스'라는 이름의 유래

흥미롭게도 '퍼지 우지 엔젤스'는 공식적인 부대 명칭이 아니었습니다. 이 이름은 호주 공병 하사 버트 베로스(H. "Bert" Beros)가 1942년 전장에서 지은 시 <The Fuzzy Wuzzy Angels>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가 신문과 잡지에 실리면서 전 호주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시에는 "전쟁이 끝난 후, 호주의 많은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들이 퍼지 우지 엔젤스의 간호를 받았기를 기도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담겨 있어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들은 왜 호주 군인들을 도왔을까?

1. 인간에 대한 순수한 동정심

무엇보다 큰 이유는 동정심이었습니다. 열대 우림 속에서 상처가 썩어가는 부상자, 고열과 이질에 시달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본 파푸아인들은 인종이나 국적과 관계없이 고통받는 인간을 외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며칠에 걸쳐 환자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고 절벽을 오르내렸으며, 자신들이 먹을 식량조차 아끼지 않고 나누어 주었습니다.

2. 멜라네시아의 상호부조 문화

파푸아뉴기니 사회에는 '원톡(wantok)'이라 불리는 강력한 상호부조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은 물론 길에서 만난 이방인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돕는 것이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집니다. 전우를 등에 업고 최선을 다하던 그들의 모습은 이러한 문화적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발현된 결과였습니다.

3. 기독교 선교의 영향

당시 파푸아 지역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성공회를 비롯한 여러 선교단체가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고, 많은 파푸아인이 이미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상태였습니다. '가장 작은 이에게 행하는 것이 곧 내게 행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병든 이와 상처 입은 이를 돌보는 일을 하나님에 대한 섬김으로 여긴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4.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일본군의 남하는 곧 자신들의 마을과 가족에 대한 위협을 의미했습니다. 호주군을 돕는 일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고향을 침략자로부터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저항이기도 했습니다.

5. 호주군과의 신뢰와 유대

전쟁 이전부터 호주 통치 아래 짐꾼이나 노동자로 일해 온 파푸아인들 사이에는 호주인에 대한 친근감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쟁 중에는 호주군이 그들에게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러한 상호 신뢰가 위험한 임무에도 기꺼이 자원하게 만들었습니다.

잊히지 않는 희생과 유산

약 5만 명 이상의 파푸아인이 물자 운반, 들것 수송, 정찰 등으로 전쟁을 지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주 정부는 2009년 생존해 있던 퍼지 우지 엔젤스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기념 메달을 수여했고, 코코다 트랙에는 그들의 헌신을 기리는 동상과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퍼지 우지 엔젤스'라는 이름은 오늘날까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두 나라를 잇는 우정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