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7년, 영국이 북아메리카에 건설한 로어노크(Roanoke) 식민지에서 100여 명의 주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CROATOAN'이라는 글자만 새겨져 있었을 뿐, 전투의 흔적도 유골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4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의 운명은 역사학계 최대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와 발굴 작업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원주민과의 충돌
일부 학자들은 식민지 주민들이 현지 원주민 부족들과 갈등을 빚다가 목숨을 잃었거나 섬을 떠나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초기 정착 과정에서 벌어진 적대적인 조우와 무력 충돌이 이들 몰락의 원인이 되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기근과 질병
주민들은 제한된 자원, 혹독한 환경, 낯선 땅이라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극심한 기근과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창궐이 인구 대부분을 앗아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만성적인 영양실조
식민지는 본국인 잉글랜드의 보급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는데, 배송이 늦어지거나 바다에서 유실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만성적인 영양 부족으로 면역력이 크게 약화되어 질병에 더욱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4. 영국으로의 귀환 시도
극심한 고난 속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영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위험천만한 대서양 횡단 항해 도중 폭풍우를 만나 좌초하거나 실종되었다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5. 내부 분열과 붕괴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갈등, 리더십 문제, 정착민들 간의 결속 부족 등으로 인해 공동체가 서서히 와해되었을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무너진 식민지가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다는 이론입니다.
6. 원주민과의 동화
가장 주목받는 가설 중 하나입니다. 연구자들은 주민들이 시간이 지나며 현지 원주민 부족에 동화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부족들과의 통혼과 문화 교류를 통해 점차 토착 인구와 융합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노스캐롤라이나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서 영국계 혈통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7. 자연재해
허리케인과 같은 강력한 자연재해가 로어노크를 덮쳐 광범위한 파괴와 인명 피해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재앙이 식민지 전체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는 설명입니다.
8. 스페인의 공격
당시 스페인은 지역 내 영국 식민지 확장을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이 로어노크를 공격해 주민들을 몰살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영국과 스페인의 패권 경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개연성 있는 가설입니다.
끝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방대한 연구와 발굴에도 불구하고 로어노크 주민들의 최종 운명을 단정할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식민지(Lost Colony)'라 불리는 이 미스터리는 오늘날까지도 역사학자들과 역사 애호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사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