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역사가인 월터 비전트(Walter Besant)가 1888년에 출간한 저서 『런던 이스트엔드(The East End of London)』에 담긴, 당시 이스트엔드의 실상을 전하는 기록입니다.
광대한 인구 밀집 지역
"런던 이스트엔드는 광활한 지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시티(City) 동쪽에 위치한 런던의 모든 구역을 아우르며, 북쪽은 리 강(River Lea), 남쪽은 템스 강(River Thames), 동쪽은 에식스(Essex)의 습지대, 서쪽은 쇼어디치(Shoreditch)와 화이트채플(Whitechapel)의 거리들로 경계를 이룹니다. 넓이는 약 40제곱마일에 달하며, 무려 2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대비가 공존하는 지역
"이스트엔드는 '대비'의 지역입니다. 막대한 부와 극심한 가난, 화려한 사치와 초라한 현실, 아름다움과 추함이 한데 뒤섞여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답고 쾌적한 곳이 있는가 하면,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불결하고 흉측한 곳도 존재합니다."
산업의 심장부
"이스트엔드는 산업의 지역입니다. 각종 공장과 작업장이 도처에 들어서 있고, 공기는 기계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며, 여러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갑니다. 어떤 이들은 공장과 작업장에서 일하고, 어떤 이들은 부두에서, 또 어떤 이들은 창고나 시장에서 몸담으며 하루벌이를 이어갑니다."
빈곤과 범죄의 그늘
"그러나 동시에 이스트엔드는 빈곤의 지역이기도 합니다. 허다한 가난한 사람들이 슬럼과 빈민굴에서 살아가며 극심한 궁핍에 시달립니다. 게다가 각종 범죄자들이 이곳에 자리 잡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런던 이스트엔드는 매력적인 지역입니다. 대비와 모순이 얽혀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땅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많으며, 그들은 이웃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880년대, 위험했던 거리들
기록에 따르면 1880년대 이스트엔드는 위험하고 범죄가 만연한 지역이었습니다. 가난한 노동자 계층이 대거 거주했고, 거리마다 생계를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온상이기도 했던 이곳은, 같은 해인 1888년 화이트채플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개잭 더 리퍼(Jack the Ripper)' 사건으로도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비전트의 글은 이러한 혼란과 빈곤 속에서도 살아가던 이스트엔드 주민들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