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노동절은 다른 공휴일과는 결이 확연히 다른 날입니다.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의 공휴일이 대개 종교적이거나 국가적 의미를 지니는 반면, 노동절은 '노동 계급'을 위한 날이라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부르주아지나 귀족을 위한 축제일은 존재하지 않지만, 노동자를 위한 날은 전 세계적으로 기념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언제부터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게 되었을까요? 이 명절의 유래와 그 이면에 숨겨진 사연을 짚어봅니다.
노동절의 시작, 미국에서 온 발명품
노동절의 유래를 살펴보면 의외의 사실이 드러납니다. 메이데이의 출발점은 미국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미국은 메이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노동'에 새로운 기념일적 의미를 처음 부여한 것은 미국의 노동운동이었고, 그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886년, 미국에서 역사상 최초의 메이데이 데모가 열렸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의 요구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하루 8시간 노동제였습니다. 19세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그 이상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입니다. 1886년 5월 1일, 노동조합들은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전국 총파업을 선언했고, 이날 약 40만 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떠났습니다. 날짜가 하필 5월 1일이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5월 1일이 새 고용 계약이 체결되는 날이었고, 노동자들은 새 계약부터 즉시 8시간 노동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로웠던 총파업은 빠르게 비극으로 흘러갔습니다. 이틀간의 시위와 작업 중단 끝에 시카고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누군가 경찰을 향해 폭탄을 던지면서 경찰관 7명과 시위대 최대 2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은 '헤이마켓 사건(Haymarket Affair)'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오늘날까지 노동운동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회자됩니다. 당장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이 흐름은 불과 4년 뒤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이어집니다.
유럽과 독일로 번진 메이데이
1890년은 유럽과 독일 노동운동의 기념비적인 해였습니다. 이 해부터 노동절 행사가 독일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의 노동자 운동 역시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5월 1일을 행사일로 정했는데, 별도의 특별한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미국의 선례를 따른 것이었습니다. 1890년 첫 공식 노동절에 독일에서는 10만 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나섰고, 오스트리아·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도 수천 명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다만 8시간 노동제의 실현까지는 긴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면서, 노동운동의 핵심 목표가 마침내 관철되었습니다. 이 성과를 기리기 위해 여러 나라는 5월 1일을 법정 공휴일로 선포했습니다. 독일에서 노동절이 처음 공휴일이 된 것은 1919년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듬해 다시 폐지되었습니다.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공휴일의 부칙 — 나치의 탈취와 전후 부활
공휴일 지위를 잃었어도 사회민주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은 매년 집회를 통해 5월 1일을 기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극도 있었습니다. 1929년 베를린의 '피의 5월(블루트마이)' 진압에서는 3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33년,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5월 1일을 '국민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휴일로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을 흡수·통제하는 것이었고, 나치는 첫 '국민 노동절'을 보낸 다음 날인 5월 2일 전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강제 진압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노동절은 빠르게 부활했습니다. 1945년, 독일이 항복하기도 전에 일부 지역에서는 이전 노동조합원과 사회주의자들이 다시 5월 1일 행사를 열었습니다. 동독에서는 5월 1일이 평화와 사회주의를 위한 세계 노동자 투쟁의 날이라는 이름의 국가적 대행사로 격상되었습니다. 다만 동독의 대규모 퍼레이드에는 시민 참석이 사실상 의무화되어 있었다는 점은 오늘날 비판적으로 평가됩니다. 서독에서도 노동절은 다시 자리를 찾았지만, 전쟁 직후 행진 참가자 수는 동독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노동절, 어디서 쉬고 어디서 쉬지 않나
냉전이 끝나면서 동독과 공산권의 대규모 축하 행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1990년대 이후 유럽 전역에서 메이데이 행사 참여율은 꾸준히 줄어들었습니다. 제조업 종사자가 줄고 계급 의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옅어진 21세기에는, 5월 1일을 가족과 함께 시골로 떠나거나 바비큐를 즐기는 연휴로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노동절은 폭넓게 공휴일로 남아 있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스위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5월 1일을 쉬는 날로 지정합니다. 영국은 5월 1일 자체 대신 5월 첫 번째 월요일을 은행 휴무일(bank holiday)로 정해, 5월 1일이 주말과 겹쳐도 별도의 휴일을 보장합니다. 가장 큰 예외는 여전히 미국입니다. 메이데이 운동이 13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미국은 노동절을 9월 첫 월요일(Labor Day)로 따로 기념하며 5월 1일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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