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죽음과 세금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 유명한 경구는 2천 년 전 고대 로마에서도 그대로 통했습니다. 공화정 시대부터 제정 시대에 이르기까지 로마 시민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세금은 물론,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세금까지 부담해야 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시 대표적인 간접세(경제적 능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납부하는 세금)의 사례들을 짚어보며, 어떤 세금은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왔고 어떤 세금은 사라졌으며, 잊힌 듯하던 일부 세금이 되살아나기도 했음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 포르토리움(Portorium) — 오늘날의 관세에 해당합니다. 상인들이 도시 성문에서 물건을 팔 때 내는 세금으로, 항구에 상품이 도착하거나 특정 국경을 통과할 때에도 부과되었습니다. 세액은 화물의 종류와 운송량에 따라 달랐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세금은 수백 년 뒤 카스티야·아라곤 왕국에서 '포르타스고(portazgo)'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 로타리움(Rotarium) — 차량 통행세입니다. 로마 도로를 사용하는 차량에 부과된 세금으로, 그 수익금은 로마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의 보수와 유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의 도로 통행료와 같은 셈입니다.
- 비케시마 헤레디타툼(Vicesima Hereditatum) — 상속세입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율리아 비케시마 헤레디타툼법(Lex Iulia Vicesima Hereditatum)을 통해 새로운 상속세를 만들었는데, 상속 가치의 20분의 1을 장례 비용을 제외하고 국고에 납부해야 했으며 그 수익금은 퇴역 군인의 퇴직금 지급에 사용되었습니다. 직계 친족(부모·자녀·형제자매 등) 간 상속은 면제되었고, 순혈 로마 시민에 한해 10만 세스테르티우스의 공제 한도가 인정되는 등 구조 자체는 오늘날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다만 면제 규정과 공제 한도는 집권 황제의 뜻에 따라 수시로 수정되었습니다.
- 소변세(Vectigal Urinae) —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신설한 세금입니다. 공중화장실에서 거둔 소변을 세탁업·제혁업자 등에 판매해 얻은 수익에 부과되었으며,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일화도 이 세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 첸테시마 레룸 베날리움(Centesima Rerum Venalium) — 물품 매매세입니다. 군비 조달을 위해 아우구스투스가 설치했으며, 토지·주택·동물 매매 가격의 100분의 1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상품이 노예인 경우에는 가치의 25분의 1을 별도로 내야 했는데(킨타 에트 비케시마 베날리움 만키피오룸, Quinta et Vicesima Venalium Mancipiorum), 명목상 판매자의 부담이었지만 실제로는 구매자에게 전가되었습니다.
노예 시장(The Slave Market, 1888) ⓒ 귀스타브 불랑제(Gustave Boulanger)
- 비케시마 리베르타티스(Vicesima Libertatis) — 해방 노예세입니다. 노예가 해방(manumissio)될 때 그 몸값의 20분의 1을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으로, 기원전 357년 마닐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집정관이 만일리우스법(Lex Manlia)을 통해 처음 도입했습니다.
"그는 생산물의 5%에 해당하는 세금에 대한 부족민 투표를 위해 수토리움 광장에서 군인들에게 법안을 직접 제시한 이례적인 행보 외에는 남긴 업적이 없었다. 상원 역시 재정이 궁핍하고 세수가 적지 않으리라 판단하여 이 법을 비준했다." — 티투스 리비우스(Titus Livius)
마닐리우스에게 이 세금은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해방 노예(리베르티니, libertini)가 급증하면서 로마 사회의 서비스와 토지 수요가 불균형해지는 것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습니다.
- 콰드라게시마 리티움(Quadragesima Litium) — 소송세입니다. 로마의 재판은 보편적이지도, 무료하지도 않았습니다. 소송 대상이 확정되면 그 가치를 평가하고(당사자 간 합의 또는 제3자 감정) 절차 비용을 산출한 뒤, 패소한 쪽이 소송 목적 물건의 가치와 비용을 합친 금액의 40분의 1을 납부해야 했습니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로마의 세금과 오늘날 우리의 세금 사이에 흥미로운 대응 관계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포르토리움은 관세·통관세로, 로타리움은 도로 통행세로, 비케시마 헤레디타툼은 상속세로, 첸테시마 레룸 베날리움은 재산 양도세로, 킨타 에트 비케시마는 노예 거래에 붙은 일종의 부가가치세로, 콰드라게시마 리티움은 법원 수수료로 각각 연결됩니다. 소변세만은… 굳이 현대의 무엇과 대응시키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말을 읽는 정치인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마지막으로 진귀한 정보 하나를 선물로 드립니다. 바로 아이스 욱소리움(Aes Uxorium), 이른바 '독신세'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채 일정 연령에 도달한 남성은 이 세금을 납부해야 했고, 심지어 전투에서 전사한 군인의 미망인과 결혼해야 할 의무까지 부과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UNED(스페인 국립원거리대학교), 살라망카 대학교, 『로마 히스파니아의 재정사』 – José M. Piñ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