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중세의 '나비효과', 말굽 못 하나가 프랑스 필리프 4세를 패배시킨 코트라이 전투

'나비효과'는 기상학자이자 수학자였던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가 대기와 기후를 예측하는 연구 과정에서 만든 용어입니다. 작은 초기 교란이 증폭되어 놀랄 만큼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개념으로,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느껴질 수 있다"는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현대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단순한 못 하나가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를 패배로 몰아넣은 14세기의 사건, 즉 플랑드르 백작령의 상실이라는 역사에도 고스란히 들어맞습니다.

1300년, 플랑드르 백작은 독립을 잃고 프랑스 왕실의 지배 아래 들어갔습니다. 프랑스가 파견한 총독의 결정에 대한 불만은 플랑드르 곳곳으로 번지며 갈수록 커져 갔습니다. 반란의 기미를 포착한 총독은 플랑드르 민병대를 한 번에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계획의 세부 내용이 담긴 밀서를 배달하던 기병 한 명이 말굽 못이 빠지면서 말굽을 잃고 땅바닥에 나뒹굴었고, 품에 안겨 있던 메시지는 허공으로 흩어졌습니다. 길을 지나던 플랑드르 사람들이 그를 도우러 달려왔지만, 그중 한 명이 그의 정체를 알아보고 메시지를 집어 들어 끝내 읽고야 말았습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민병대가 선제공격의 주도권을 쥐었습니다. 1302년 5월 18일 밤, 이들은 '브뤼헤 마틴(브뤼헤의 새벽 종)'이라 불리는 사건에서 브뤼헤에 주둔하던 프랑스군을 학살했습니다.
그해 7월 11일, 프랑스군과 플랑드르군은 코트라이 전투(황금 박차 전투)에서 정면으로 격돌했습니다. 프랑스군은 대패했고, 이 전투는 중세 서유럽에서 보병 중심의 민병대가 기사군을 꺾은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중세의  나비효과 , 말굽 못 하나가 프랑스 필리프 4세를 패배시킨 코트라이 전투

코트라이 전투

출처: 『지루한 부분이 없는 세계의 역사』 – Fernando Garcés Blázquez
이미지: Wikipedia


빠진 말굽 못 하나, 흩어진 밀서 한 장, 그리고 그것을 읽어 버린 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변수들이 모여 왕의 대군을 무너뜨렸습니다. 역사 속 이 나비효과는 오늘날에도 같은 진실을 말해 줍니다. 작은 것을 소홀히 하면 큰 것이 흔들린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