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책을 늦게 반납해 연체료를 물었거나, 더 나쁘게는 아예 반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자. 하지만 다음 이야기와 비교하면 그 정도는 새발의 피다. 한 권의 책이 221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서관을 떠나 있었고, 그 '주범'은 다름 아닌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었으니 말이다.
1789년, 대통령이 빌려간 '국제법' 한 권
조지 워싱턴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임기 1789~1797)이자 미국 독립전쟁(1775~1783) 당시 대륙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신분이었고, 의회가 배정한 연봉 2만 5천 달러를 거절할 만큼 '정의로운 통치자'의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1789년 10월 5일 뉴욕 소사이어티 도서관(New York Society Library)에서 빌려 간 책이 바로 스위스의 법학자 에메리크 드 바텔(Emer de Vattel)의 고전 『국제법(Law of Nations)』, 즉 국제 문제를 다룬 저술 14권 중 열두 번째 권이었다. 문제는 그가 이 책을 반납하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준 연체료, 무려 30만 달러
뉴욕 소사이어티 도서관 규정상 이 책은 같은 해 11월 2일까지 반납되어야 했다. 그러나 대출 대장에는 반납 기록이 없었고, 대출인란에는 단 두 글자 — “대통령(President)” — 만 적혀 있었다. 하루 몇 센트씩 누적되는 연체료를 오늘 날짜로 환산하면 약 30만 달러에 이르며, 도서관 목록 조사 과정에서 『국제법』의 부재가 확인되면서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221년 만에 이루어진 화해
사건이 공개된 뒤, 워싱턴의 재산을 관리하는 마운트 버논 부동산 & 가든(Mount Vernon Estate & Gardens) 측은 5월 19일 뉴욕 소사이어티 도서관에 해당 책의 복제본을 기증하며 221년 묵은 빚을 갚았다.
도서관장 마크 바틀릿은 “연체료를 청구할 계획은 없지만, 책을 되찾을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화해의 메시지 뒤에는 은근한 불만도 숨어 있다.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 토머스 제퍼슨 행정부의 부통령 아론 버 등 또 다른 '명예로운 연체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출처: 데일리 뉴스(Daily News), 가디언(The Guardian), 포트폴리오 · 아이디어: 펠릭스 카사노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