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모든 생물 종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화해 왔다고 주장한 영국의 박물학자다. 진화론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종의 기원』의 저자이기도 한데, 실제 현장 탐사를 바탕으로 완성된 이 저작만큼이나 그는 철저하게 학문적이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토록 엄밀했던 다윈이 '결혼할까, 말까'를 결정할 때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의 방법은 훨씬 소박하고 실용적이었다. 바로 종이를 둘로 나눠 한쪽에는 장점, 다른 쪽에는 단점을 적어 비교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아래는 당시 그가 영어로 남긴 노트를 옮긴 것이다. 일부 문장은 맥락이 다소 불분명하지만, 결혼을 앞둔 한 젊은 학자의 진솔한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찰스 다윈의 결혼 고민 노트
| 결혼한다 | 결혼하지 않는다 |
| 아이들 – (하느님이 허락한다면) – 늘 곁에 있는 동반자(그리고 노년의 친구) – 나를 돌봐줄 사람 – 사랑받고 함께 놀아줄 존재 – 어느 쪽이든 개보다는 낫다. – 하나의 집과 가사를 돌봐줄 사람 – 음악을 즐기고 아내와 대화하기 – 이런 것들은 건강에도 좋다. ~방문을 강요당하고 손님을 받아야 하는 일~, 하지만 그건 끔찍한 시간 낭비다. | 아이가 없음, (두 번째 삶도 없음), 노년에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음. – 가깝고 소중한 친구들의 지지 없이 하는 일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 노년에 가까운 친구가 되어줄 사람은 가족 외에 누가 있는가? |
| 하느님, 벌처럼 평생 일하고 또 일하면서 끝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인생을 생각하는 것조차 견딜 수 없다. – 아니, 안 돼, 그건 충분하지 않다. – 런던의 초라한 집에서 홀로 평생을 보낸다고 상상해 보라. – 반대로 따뜻한 난로, 책, 음악 곁에 예쁜 아내가 있는 그림을 그려보라 – 이 환상을 당시 내가 살던 그로스터 마를버러 거리(Great Marlborough St.)의 초라한 현실과 비교해 보라. | 원하는 곳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음 – 원하는 클럽(교류 모임)을 고를 수 있음 – 클럽에서 총명한 사람들과 대화 – 친척 방문 의무도, 사소한 일에 대한 걱정도 없음 –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 낭비다. – 밤에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없음 – 살이 찌고 게을러짐 – 불안과 책임감 – 책 등에 쓸 돈이 줄어듦 – 아이가 많으면 더 열심히 일해야 함 – (그런데 너무 많이 일하면 건강에 매우 해롭다) |
| 결혼한다 – 결혼한다 – QED (증명 완료) | 설령 아내가 런던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답은 유배 같은 생활이고, 나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
그의 선택, 그리고 그 결과
노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다윈의 최종 답은 결혼이었다. 그가 선택한 상대는 사촌이자 도예가 조시아 웨지우드의 손녀인 엠마 웨지우드(Emma Wedgwood)였다. 두 사람은 1839년에 결혼했으며, 아이들에 관해서라면... 놀랍게도 열 명이나 두었다. 결혼 후 엠마의 재산 덕분에 경제적 안정을 찾은 다윈은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고, 결국 인류 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를 남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