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베르길리우스의 걸작 『아이네이스』, 5분 만에 훑어보는 고대 로마 최고의 서사시

세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문화사 파트가 늘 골칫거리일 것입니다. 관련 원전을 모두 읽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시간은 없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고대 로마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서사시 『아이네이스(Aeneis)』의 줄거리를 5분 만에 이해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5분 만에 훑어보는 『아이네이스』 줄거리

먼저 알아야 할 배경 – 트로이 전쟁

『아이네이스』의 줄거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트로이 전쟁'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로마 문학을 공부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아킬레스건의 어원이 된 영웅 아킬레우스와 유명한 '트로이 목마'도 모두 이 전쟁 속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이네아스는 이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에 맞서 싸운 트로이 측 장군입니다. 목마 작전으로 트로이가 함락되자 아이네아스는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지만, 여신 유노(그리스 신화의 헤라)의 미움을 사 폭풍을 만나 난파하고 카르타고로 표류하게 됩니다.

신들의 혈통 – 아이네아스는 누구인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아이네아스의 가계를 보면, 아버지 안키세스는 주신 유피테르(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의 직계 후손이며, 어머니는 미의 여신 비너스(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입니다. 즉 아이네아스 자신이 반신(半神)인 셈이죠.

이 혈통 설정은 작품 전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왜 하필 주인공이 아이네아스여야 했는지는 글 뒷부분에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디도 여왕과의 비극적 사랑

카르타고에 도착한 아이네아스는 여왕 디도의 보호를 받으며 평온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유노는 기회가 올 때마다 두 사람을 방해합니다. 사실 유노는 질투의 여신으로 늘 화를 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남편 유피테르의 바람기 때문입니다. 페르세우스나 헤라클레스처럼 제우스가 인간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많았고, 헤라클레스를 일평생 괴롭힌 것도 헤라(유노)였습니다. 여신의 질투도 무섭다는 얘기죠.

어느 날 디도와 아이네아스가 사냥을 나갔다가 유노가 부른 폭풍우를 만나 동굴에 몸을 숨기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유피테르는 아이네아스에게 '라티움'이라는 땅으로 떠날 운명을 지시합니다. 결국 아이네아스는 조국 건설이라는 사명을 위해 카르타고를 떠나고, 버려진 디도는 절망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라티움에서의 최후의 결투

이탈리아의 라티움에 상륙한 아이네아스는 라티누스 왕의 환대를 받고 그의 딸 라비니아와 혼약을 맺습니다. 그러나 라비니아를 노리던 투르누스가 이에 반발했고, 유노는 틈타 두 사람의 대결을 부추깁니다. 유노의 가호를 받은 투르누스와의 결투 끝에 아이네아스는 승리하고, 라티누스 왕의 깊은 신뢰를 얻어 그 땅에 정착합니다.

이 라티움 지방이 훗날 '로마'의 요람이 됩니다. 아이네아스의 후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세운 도시는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 '로마'라 불리게 되었고, 이후 로마의 긴 역사가 펼쳐져 나갑니다.

왜 하필 아이네아스인가 – 작품에 숨은 정치적 의도

『아이네이스』에는 뚜렷한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습니다. 당시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제정 로마의 권위를 높이고 정통성을 내세워야 했습니다. '로마의 시조는 주신 유피테르의 직계 후손 아이네아스'라는 서사시가 있다면, 로마는 신의 피를 이은 유서 깊은 나라가 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인공이 아이네아스여야 했던 이유입니다.

참고로 라티누스 왕이 아이네아스를 받아들인 배경에도 델포이의 신탁이 있습니다. 그리스 세계는 민주정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 뿌리에는 신정(神政) 사상이 자리해 신의 뜻에는 절대로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미완성으로 남은 불멸의 명작

아쉽게도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가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나면서 미완성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예정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제목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외우기 헷갈릴 수 있으니 시험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두세요.

베르길리우스는 어떤 인물이었나?

베르길리우스(기원전 70~19년)는 로마 공화정 말기부터 제정 초기에 활동한 시인으로, 오비디우스·호라티우스와 함께 로마 3대 시인으로 꼽힙니다.

그가 후세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단테는 베르길리우스를 크게 존경하여 자신의 걸작 『신곡(Divina Commedia)』에 지옥과 연옥의 안내자로 등장시켰습니다. 단테에게 베르길리우스는 이성과 고전의 상징이었던 셈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아이네이스』가 산문이 아니라 운문(韻文)으로 된 장편 서사시라는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겐지모노가타리』 같은 장편 문학은 산문으로 쓰였지만, 서유럽 문학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서사시 전통이 널리 발달했습니다.

『아이네이스』가 쓰인 시대적 배경

흥미롭게도 베르길리우스 본인은 『아이네이스』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본래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미완성인 작품의 출간을 원치 않았고, 심지어 유언으로 원고를 불태워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막고 출간을 추진한 사람이 바로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였습니다. 그에게는 제정 로마의 권위를 높이고 황제권의 정당성을 알릴 국가적 서사시가 절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우구스투스의 계산은 적중했습니다. 『아이네이스』는 라틴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이후 서양 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