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고대 그리스에도 '전쟁 로봇'이 있었다? 청동 거인 탈로스와 알렉산더의 불타는 철기병

고대 그리스에도 '기계 인간'이 존재했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로봇'이라고 부르는 기계적 존재의 개념은 의외로 아주 먼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구현되었든 아니든, 호메로스의 작품 속에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기계로 만들어진 하녀들에게 시중을 받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크레타를 지킨 청동 거인 '탈로스'

하지만 최초의 '전쟁 로봇', 혹은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던 전쟁용 기계 장치를 꼽으라면 단연코 탈로스(Talos)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다이달로스가 만든 이 청동 거인은 미노아 왕국 크레타 섬을 지키며 '하루 세 번 섬을 돌았다'고 전해집니다.

또 하나의 전설에 따르면 탈로스는 마녀 메데이아에 의해 무력화됩니다. 메데이아가 이 기계 생명체의 목숨을 유지시키는 신성한 액체 '이호르(Ihor)'가 담긴 마개를 제거하자, '신의 액체'가 빠져나간 청동 거인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청동 로봇 탈로스의 전설은 환상의 영역일 수 있지만, 그리스인들이 이룩한 또 다른 기술적 발견—예컨대 전차—을 상징하는 은유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고대 작가들이 모두 탈로스의 움직임을 서술할 때 사용한 동사 표현입니다. 이는 명백하게 탈로스가 바퀴 위에서 움직였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미노스의 무시무시한 파수꾼과 관련된 또 다른 디테일은 적을 상대한 탈로스의 행동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고대 문헌에 따르면, 탈로스는 자신의 희생자들을 불태웠다고 합니다.

13세기 프랑스, 월터 드 샤티용의 필사본

무서운 탈로스와 아름다운 크레타 섬을 뒤로하고, 이제 시간적으로 거대한 도약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바로 13세기 프랑스입니다.

그곳에는 월터(Walter)라는 성직자가 있었는데, 그는 고대 문헌에서 영감을 받아 알렉산더 대왕의 영웅적인 전기를 집필했습니다. 발터는 주로 쿠르티우스의 저작에 의존했으며, 위(僞)칼리스테네스의 소책자는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역사적 근거에만 기반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발터가 '알렉산드리스(Alexandridos)'라고 명명한 자신의 저작 필사본에 삽입된 세밀화입니다.

이 세밀화는 알렉산더가 인도 왕 포로스(Porus)와 맞서 승리한 히다스페스 전투의 한 장면을 묘사합니다. 놀라운 점은, 전투에서 알렉산더의 군대가 포로스의 코끼리 부대를 공격할 때 바퀴 위에서 움직이며 불을 내뿜는 세 개의 의인형 존재가 앞장선다는 것입니다.

조시모스의 '신성한 물'과 그 정체

그리스 현자 조시모스 판노폴리티스(Zosimos Panopolitis)는 자신의 저작 『덕에 관하여』에서 인공 인간 제작 매뉴얼을 인용합니다. 중세 연금술사들의 시조격인 조시모스는 해독하기 쉽지 않은 우화적인 어법을 사용했습니다. 그가 묘사한 여러 '환상' 가운데 하나에서, 그는 신성한 물을 지닌 청동 남자 앞에 선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아리아노스와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근거해, 이 '신성한 물'이 나프타(naphtha) 혹은 석유일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탄화수소를 알고 있던 그리스인들이 이 지식을 전쟁 분야에 활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세 서방에서는 유사한 구조물의 존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발터의 필사본에 나타난 묘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동방에서도 새로운 증언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결국 탈로스의 신화 뒤에, 그리고 조시모스의 환상과 발터의 묘사 뒤에 무언가 숨겨져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인도 필사본이 밝히는 '나프타의 철기병'

1330~1340년경 제작된 '사나메흐(Sanamech)'라는 제목의 인도 삽화 필사본은 알렉산더 군대가 '나프타의 철기병(iron horsemen)'이라는 기묘한 무기를 사용했다고 전합니다. 이 필사본은 네 개의 바퀴가 달려 나프타의 연소로 추진되는 철제 구조물을 언급하는데, 나프타는 곧 무기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말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는 안나 콤네니가 언급했듯이, 비잔틴 함선의 동물 형태 발사 장치에서 액체 화염이 발사되던 방식과 흡사합니다.

인도 필사본의 세밀화에는 이 기묘한 철기병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바퀴를 굴리며 달려가 창을 휘두르고, 그 뒤에는 일반 기병들이 따르며, 말들의 입에서는 화염이 뿜어져 나옵니다.

결국, 비밀 무기는 존재했는가?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내용이 과연 어떤 비밀 무기, 어떤 인간형 전쟁 기계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실존했다면, 관련 기술은 왜 이후에도 계속 활용되지 않았을까요? 고대와 중세의 문헌과 세밀화에 남겨진 이 수수께끼 같은 흔적들은, 역사 속에 숨겨진 잊힌 기술의 실체를 우리에게 끝없이 궁금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