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화학무기의 공포: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속 군인들이 겪은 지옥

화학무기의 공포: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속 군인들이 겪은 지옥

단테가 상상한 지옥보다 더 참혹한 현실

중세 이탈리아의 위대한 시인 단테는 지옥을 어둠과 고문이 가득한 장소로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그조차 자신의 『신곡』에서 묘사한 그 지옥이 인간의 땅 위에 실제로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기는 후덥지근하고 답답합니다. 방독면을 얼굴에 밀착시킨 몇몇 군인들은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동료들이 화학 가스에 시달리는 광경을 떠올립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끔찍했던 무기, 바로 화학무기였습니다.

병원에서는 가스 피해자들이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천천히 질식해 갔습니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서 생생히 묘사했듯이, "그들은 불에 탄 폐를 며칠 동안 말려가며 죽어갔습니다."

참호 속에서 방독면을 쓸 시간조차 없었던 병사들은 뼈만 남은 채 발견되곤 했습니다. 비록 최종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화학 가스로 인한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이것은 분명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자 극한의 공포였습니다.

화학무기의 공포: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속 군인들이 겪은 지옥

최초의 대규모 화학 공격: 염소 가스

전투에서 처음 사용된 화학 가스는 최루성 가스(브롬화 벤질)로, 프랑스군이 제한적인 규모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1915년 4월 22일, 독일군은 치명적인 염소 가스를 투입하며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화학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프랑스군 진지에 무려 340톤의 염소 가스가 살포된 것입니다.

이 공격으로 800~1,400명(자료에 따라 수치 차이가 있음)이 목숨을 잃었고, 2,000~3,000명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같은 해 5월에는 동부 전선에서도 유사한 공격이 감행되어 5,000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전투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가스전의 격화: 포스겐과 머스터드 가스

영국군은 1915년 9월 루스 전투에서 독일군과 마찬가지로 염소 가스로 맞대응했고, 이는 독일 병사들 사이에 큰 공포를 일으켰습니다. 이후 독일과 프랑스는 한층 더 치명적인 포스겐(phosgene)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917년에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머스터드 가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페라이트(Yperite)가 교전국들에 의해 사용되었습니다.

화학무기의 공포: 제1차 세계대전 참호 속 군인들이 겪은 지옥

독일군은 이 가스가 채워진 포탄에 새겨진 표식 때문에 이를 '녹색 십자가(green cross)' 가스라고 불렀습니다. 같은 시기 독일군은 '파란 십자가(blue cross)' 가스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파란 십자가' 가스는 탄소와 비소 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물질이었습니다. 이 가스는 몸에 닿는 노출 부위 어디든 "타버리게" 만드는 무서운 성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낮았던 치명률, 하지만 남은 상흔은 컸다

흥미롭게도 화학 공격은 그것이 가져온 공포와 경악에도 불구하고, 공격당한 병사 중 실제 사망자는 약 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피해 병사의 약 2%는 가스로 인해 영구적인 후유증을 안게 되었고, 반면 70%는 노출 후 6주 이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화학 가스로 인한 총 피해는 사망자 약 88,500명, 부상자 약 1,240,8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