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제1제국의 창건자, 차르 사무엘
사무엘(Samuel)은 불가리아의 차르로, 이른바 불가리아 제1제국을 창건한 인물이자 비잔틴 황제 바실리오스 2세 불가록토노스(Vasilios II Bulgaroktonos, '불가리아인 학살자')의 최대 숙적이었다. 그는 불가리아 차르 로마노스-시메온 1세 시절 불가리아 군대의 장군으로 활동한 인물이기도 하다.
코미토풀로스 형제의 반란
사무엘과 그의 세 형제는 비잔틴에 복무하던 불가리아 출신 관료 니콜라오스 백작(Count Nikolaos)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코미토풀로스(Komitopoulos)', 즉 '백작의 아들들'이라 불렸다. 그들의 고향은 오늘날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였다.
네 형제는 비잔틴 제국과 비잔틴의 지원을 받던 불가리아 왕 로마노스 1세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초반 상황은 그들에게 절호조가 아니었다. 서마케도니아와 에피루스 지역의 블라크족(Vlachs)과 동맹을 꾀하려 한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블라크족에게 격퇴당하는 과정에서 장남 다비드가 목숨을 잃었다.
차남 모세는 세레스(Serres) 공성전에서 전사했다. 아론(Aaron)은 비잔틴과 강화를 맺으려 하다가 동생 사무엘에게 살해당했고, 사무엘은 직접 불가리아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클레이디온 전투와 불가리아의 몰락
사무엘의 최후 역시 역사에 뚜렷이 기록되어 있다. 위대한 비잔틴 황제 바실리오스 2세가 1014년 클레이디온(Kleidion) 전투에서 그를 격파하고, 마침내 불가리아를 점령한 것이다. 사무엘은 이 패배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1018년 세상을 떠났다.
'마케도니아 제국'이라는 칭호 논란
여기서 중요한 쟁점이 등장한다. 사무엘이 자신의 왕국을 '마케도니아 제국'이라 칭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명칭은 스코페(북마케도니아)의 일부 '역사학자'들과 그리스 내에서 활동하는 인접 국가 관계 인사들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심지어 사무엘 국가의 호칭에 '슬라브'라는 수식어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저명한 비잔틴 연구 학자들은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슬라브계 러시아 출신의 게오르기 오스트로고르스키(Georgy Ostrogorski)와 역시 러시아 출신인 드미트리 오볼렌스키(Dmitri Obolenski)를 필두로, 사무엘 본인과 그의 국가가 순수한 불가리아의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마케도니아'라는 칭호는 경쟁자인 비잔틴 제국의 위광에 맞서고자 위신 차원에서 채택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무지개' 정당의 주장과 그 허점
그러나 이러한 학계의 정설은 스코페의 지도층에게나, 그리스 내 정치 단체 '무지개(Rainbow)'의 지도부에게는 '작은 글씨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무지개 진영은 자신들의 기관지 노바 조라(Nova Zora, 새벽)에서 근거 없는 이론을 내세워 이렇게 주장한다. "지리적 마케도니아의 거의 전역(솔룬/테살로니키 제외)은 사무엘 국가의 영토였다. 국가의 핵심은 마케도니아, 특히 오흐리드와 프레스파 지역이었으며, 자치 교회 설립 이후 아기오스 아킬리오스 섬이 주요 정치·종교 중심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적 사실을 누락한다. 그 섬이 '아기오스 아킬리오스'로 이름이 바뀐 것은, 사무엘이 라리사(Larissa)를 유린하며 가축까지 학살한 뒤 그 성인의 성유물을 약탈해 해당 섬으로 옮겨 자신만의 자치 교회를 세우려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이 잊은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문제의 지역들은 비잔틴 군대에 의해 가장 먼저 탈환된 곳들이었으며, 사무엘의 왕국은 최종적으로 대략 오늘날 불가리아 국경 범위 안으로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알바니아도 세르비아도 아닌, 어째서 '마케도니아'인가
더욱이 사무엘은 오늘날의 알바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에 해당하는 지역들을 일시적으로 정복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그의 '제국'은 어째서 알바니아의 것이 되거나 세르비아의 것은 되지 않는가? 비잔틴 시대는 주민들을 묶는 핵심 요소가 실질적으로 다민족 제국이었으며, 제국 국경 안에 공존했던 모든 민족 집단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다.
부족 집단에 대한 기술도 존재한다.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세르비아인, 불가리아인은 민족 집단으로, 블라크족은 유목 인구 집단으로 명확하게 언급된다. 그런데 단 하나 언급되지 않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이른바 '마케도니아인'이다. 애초에 그런 민족은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에는 사무엘의 국적을 놓고 불가리아와 스코페(마케도니아) 측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가리아 쪽이 당연하다는 듯 사무엘을 불가리아인으로 여기는 반면, 스코페 쪽은 그를 '마케도니아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