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이피로스(Epirus) 지방 파라미티아(Paramythia) 평원에서 '공항'이라 불리는 지역을 찾아간 방문객은, 약 70여 년 전 이 조용한 골짜기가 엔진 굉음으로 깨어났고 그리스 항공사에 가장 빛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는 사실을 좀처럼 실감하기 어렵다. 이곳 이피로스에는 '비밀' 임시 공군기지가 존재했다. 알바니아 전선에서 단숨에 갈 수 있는 거리, 파라미티아에서 남쪽으로 6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공항이었다. 오늘날 그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두 개의 산 사이에 감춰진 이 기지는 아케론(Acheron) 강 지류 옆에 마련된 흙 활주로를 갖추고 있었다. 지형 덕분에 오랫동안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고, 덕분에 그리스 왕립공군(EBA)과 영국 왕립공군(RAF)이 전투기와 폭격기를 운용하며 알바니아 전선에서 싸우는 그리스 육군을 지원할 수 있었다.
14년 전, 파라미티아 '공항'을 둘러싼 이야기는 요안니나 대학교 물리학과 학생이었던 에프티미오스 세르비스(Efthymios Serbis)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연구와 1차 사료 탐색에 나섰고, 당시의 생존 증언자들과 직접 대화했으며, 그리스·이탈리아·영국의 역사 기록 보관소를 샅샅이 뒤져 저서 『동화의 계곡의 추억(Memories in the Valley of Fairy Tales)』을 펴냈다.
현재 항공 교통 관제사로 일하는 세르비스 씨는 APE-MBE와의 인터뷰에서 연구 과정과 중요한 사실들을 소개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RAF 제211비행대대의 마지막 생존 파일럿 중 한 명인 제임스 더닛(James Dunnet)과 나눈 전화 통화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습니다."
"당시 사건들에 대한 그의 회고, 선명했던 기억, 그리고 우리를 만나 기뻐하던 모습은 이 여정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라고 그는 말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공항의 역사를 풀어낸다. "허술한 전진 기지에 불과했지만, 특히 그리스-이탈리아 전쟁 후반기에 놀랄 만큼 활발한 활동을 벌인 곳이었습니다."
파라미티아 공항의 역사
파라미티아 평원은 1939년 말, 국가 방위 태세 강화의 일환으로 비행장으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1940년 10월 28일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 공항은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당시 항공 작전은 요안니나의 두 공항, 즉 현재도 사용 중인 북부 공항과 카치카(Katsika) 공항에서 처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작전상 필요에 따라 파라미티아 공항의 활용이 불가피해졌고, 1941년 2월 초부터 그리스 왕립공군 전투기들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며칠 뒤, 그리스군의 중요한 조력자였던 영국 왕립공군(RAF) 지도부 역시 이곳에서 알바니아 내 이탈리아 진지 폭격 임무를 개시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약 2개월간 공항은 은밀성을 유지했고, 폭격 및 그리스 지상군 지원 임무는 효과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1941년 4월 초, 그리스에게 시간이 다 되어가던 시점까지 계속되었다. 비극의 막은 1941년 4월 13일에 내려왔다. 이 공항과 운명을 함께했던 RAF 제211폭격비행대대가 프레스파 호수(Prespes) 상공에서 괴멸적인 타격을 입으며, 단 한 번의 출격에서 승무원 16명과 항공기 6대를 잃은 것이다.
'동화의 계곡'이라는 제목의 의미
오늘날 이 일대는 경작지와 올리브 농원, 목초지로 변해 그 화려한 과거를 짐작하기 어렵다. 세르비스 씨에게 저서의 제목이 왜 '동화의 계곡의 추억'인지 묻자, 그는 참전 용사들의 전쟁 일기를 근거로 답했다.
"저 먼 곳까지 진출했던 영국인들은 '동화(fairy tale)'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물어본 뒤, 이 지역을 '페어리 동화의 계곡(Valley of Fairey Tales)'이라 불렀습니다." 여기에는 재치 있는 언어유희가 숨어 있다. 'Fairey'는 당시 RAF 제211비행대대가 운용한 페어리 배틀(Fairey Battle) 폭격기를 생산한 제조사의 이름으로, 'Fairey'와 'Fairy'가 발음이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동화'라는 표현이 실제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이렇게 부르고 자신들의 일기에 이 이름으로 직접 기록했다는 점에서, 책의 역사적 맥락에 어울리는 문학적 제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부제 '제2차 세계대전 중 파라미티아 공항의 역사'가 여기에 보완적으로 더해집니다."
출처: APE-M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