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의 그리스 점령기. 수많은 그리스인이 자유와 존엄을 위해 일어섰고, 그 가운데 일리아스 카나리스(Ilias Kanaris)라는 이름이 남았다. 평범한 기술자였던 그는 점령이라는 극한의 시간 속에서 고대 그리스 영혼 그 자체가 되었다. 작가 요안나 차추(Ioanna Tsatsou)는 그의 마지막 순간들을 이렇게 기록했다.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고, 오디세우스처럼 싸운 사람
"고대 그리스의 모든 것이 일리아스 카나리스를 통해 우리 곁에서 살아났다. 그가 맞이한 죽음의 질(質)까지도 말이다. 그가 다른 용사들보다 용감해서가 아니다. 그가 그 어려운 시간을 이토록 씩씩하게 품기에, 적들은 그 앞에서 힘을 잃는다. 본인도 깨닫지 못한 채, 그는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한다. 그들이 그에게 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죽일 수 있을 뿐. 그러나 그는 전쟁과 죽음의 게임을 기쁨으로 즐기고, 그 안에 취해 있다. 오디세우스처럼 그는 크고 작은 모든 미덕, 즉각적인 기지, 남자다운 영혼, 육체적 힘을 총동원한다."
스미르나의 기술자, 이집트행 탈출로를 열다
일리아스 카나리스는 스미르나(오늘날 터키의 이즈미르) 출신의 실무형 기술자였다. 점령 첫해, 그는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떠나는 사람들을 위한 탈출 항로를 조직했다. 1942년 4월, 독일군은 그를 체포해 아테네의 아베로프 감옥에 가두었다.
심문이 시작되자 독일군은 배들이 떠나던 장소를 직접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카나리스는 응했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칼키다의 바티 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감옥 안에서 한 친구와 약속을 나눠둔 상태였다. 독일군 앞에서 그 친구의 집을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저기에 송신기가 있다. 여섯 명은 밖에서 경비를 서라. 무전 담당자가 도망칠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까. 나와 한 명은 안으로 들어가 잡겠다."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카나리스와 그의 친구는 독일군의 입을 틀어막고 결박해 무장을 해제시켰다.
일곱 달의 도주, 그리고 '기록을 깬' 판결
이후 일곱 달 동안 카나리스는 칼키다에 숨어 지냈고, 독일군은 상상하기 어려운 곳들까지 뒤지며 필사적으로 그를 추적했다. 결국 그는 두 번째로 붙잡혀 유죄를 선고받고 2월 24일 처형되었다. 그의 형량은 가혹했다. 사형 세 번에 징역 3년. 그러나 이 기이한 판결은 오히려 그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썼다. "나, 일리아스 카나리스, 장래에 맞이할 죽음들의 챔피언이자 기록 보유자가 너희에게 이 글을 쓴다."
형에게 보내는 편지: 애도 대신 잔치를 베풀어라
그는 알바니아 전선에서 부상을 입어 몸이 불편해진 형에게도 편지를 남겼다. "형제여, 나는 지금까지 처형된 이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판결을 받았다. 나는 기록을 깬 것이다. 지금 너에게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웃고 있다. 나를 애도하지 말아라. 친구들을 모아 상을 차리고, 내 편지를 읽어 주고, 내 남은 영혼을 위해 잔을 들어 다오. 아무도 울지 않기를 바란다. 너희가 남자답게, 그리스인답게 행동해 주기를. 나는 조국을 위해 죽는다…"
두 살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영혼이 휘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두 살배기 아들과의 작별이었다. "내 코스타야, 네가 어린 고아로 남겨지게 되어 나를 용서해 다오. 나를 위해 기도해 주기를 바란다. 내 아이야, 절대 도박을 하지 말고, 여자에게 잘못하지 말아라. 인생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라. 조국을 사랑하고 좋은 기독교인이 되어라. 내 아들아, 나는 아이처럼 죽는다. 입술에 네 이름을 담은 채로. 내 아가야, 내 아들아, 너를 고아로 남겨두게 되어 용서해 다오…"
어제 이 두 살배기 아이가 아픈 어머니 대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를 찾아왔다. 물론 그는 아직, 아버지가 자신에게 남긴 유산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지 못한다.
— 요안나 차추(Ioanna Tsatsou), 『명예의 기록(TITLE SHEETS)』 중에서
카나리스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의 영웅담이 아니다. 차추가 말했듯 그는 '일상의 영웅'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던 한 사람이 조국 앞에서 어떤 태도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죽음 앞에서도 사랑과 유머, 긍지를 잃지 않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편지는 오늘날까지도 읽는 이들에게 자유와 존엄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