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로스 마브롤레온(Carlos Mavroleon)은 끝까지 자신이 선택한 대로, 극한까지 치닫는 모험과 위험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 1958년 런던에서 부유한 해운업 명문가의 후계자로 태어난 그는 그리스 카소스 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모친의 고향인 멕시코까지 혈통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불안정하고 야심찬 영혼을 지녔던 그는 이튼 스쿨에 재학 중이던 시절부터 '혁명'을 시작했고, 훗날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자헤딘과 함께 소련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
1억 파운드 상속 포기, 방황의 시작
마브롤레온은 1억 파운드가 넘는 재산과 가문이 누려온 안락함과 풍요로움을 과감히 내던졌다. 십대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었던 그는 16세에 처음으로 집을 떠나 히치하이킹으로 유럽과 터키를 가로질러, 이국적인 인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의 씨앗이 이제 막 그의 마음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인도에서 그는 공장에서 단순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당시 그 지역에서 활발하게 성행하던 루비 밀수 거래에 관여하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무려 2년 동안 가족들은 그가 죽었다고 믿었지만,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잉글랜드의 집으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했고, 마침내 하버드 대학교 입시에도 성공한다.
화려한 사교계에서 무자헤딘의 전사로
그 후 몇 년간 카를로스 마브롤레온의 삶은 돈과 제트세트 유명인들과의 인맥을 지닌 사람에게 전형적으로 보일 만했다. 실제로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격동하는 그의 영혼은 어떤 틀에도 갇힐 수 없었다.
뉴욕으로의 여행 중 그는 아프간 분리주의 세력과 접촉하게 되고, 이 계기가 1985년 다시 한번 그를 떠나게 만든다.
이번에는 1979년부터 구소련과 전쟁 중이던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많은 이들이 '그리스의 체(체 게바라)'라고 불렀던 그의 열정은 그를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만들었고, 무자헤딘 반군 진영에 합류시켰다. 그는 무기 사용법을 훈련받았고, 파슈툰어를 익혔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적대 행위가 종식될 때까지 몇 년간 그는 '카리물라(Karimullah)'라는 이름으로 아프간인처럼 살며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야에서 반군 편에 서서 붉은 군대와 싸웠다고 한다.
전장으로 돌아온 종군기자, 그리고 충격적인 최후
전장에서의 귀환은 카를로스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지만,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이었다. 위험은 그에게 일종의 영약 같은 존재였다. 그는 종군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시 전장으로 복귀해 사건들을 기록한다. 이러한 그의 결정에 대해 마브롤레온이 오랜 세월 쌓아온 아프가니스탄 내 인맥과 손쉬운 접근성 때문에 미국 정보기관 CIA가 그에게 접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1991년 미국 방송사 CBS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소말리아, 르완다, 이란 등에서 벌어진 처참한 유혈 사태의 목격자가 되며 또다시 목숨을 걸었다. 1998년 8월, 그는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의뢰를 받아 미국 테러로 세계적으로 악명 높아지기 훨씬 전부터 악명 높던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 인터뷰하는 임무를 위해 파키스탄으로 파견된다.
8월 23일, 마브롤레온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한 파키스탄의 도시 페샤와르에 도착해 임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틀 뒤, 아프가니스탄 쪽의 한 캠프에 접근하려던 그는 스파이 혐의로 파키스탄 비밀 요원들에게 체포되지만 곧 석방된다.
1998년 8월 27일, 그 모험에서 겨우 24시간이 지난 후, 프로듀서가 기자의 생존 신호를 찾지 못하던 그는 현지 당국과 검시관의 발표에 따라 호텔 방에서 마약 과다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된다. 비보는 가족과 언론계에 폭탄처럼 터졌고, 그의 죽음에는 살해 의혹이라는 의심의 베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4일 뒤 아테네에서는 소수의 가까운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그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조용한 삶을 선택하지 않았던 그는 조용한 '작별 인사'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카를로스 마브롤레온의 격동적인 삶은 그 위험한 면모를 파헤치고자 하는 수많은 연구자와 기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그의 마지막 순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 '블랙 라이언(Black Lion)'의 개봉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