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추억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이 독일 점령기에 촬영된 사진들이다. 집 안 곳곳—벽면, 가구, 서랍—마다 흑백으로 담긴 '창문'들이 있고, 그 창을 통해 그는 자신의 인생과 사랑하는 도시 테살로니키의 역사를 마주한다.
몇 달 뒤 90세를 맞이할 솔로나스 우산초풀로스(Solonas Usantzopoulos)는 아테네·마케도니아 통신사(APE-MPE)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941년 독일군에 의한 도시 점령의 기억이 마음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겨우 열 살이었던 소년에게, 독일군이 무기를 내려놓고 화이트 타워 입구의 진지를 비우라고 요구했을 때 한 그리스 군인이 보여준 용기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무명의 그리스 군인이 보여준 위대함
"1941년 봄, 독일군이 전차와 군용 차량을 이끌고 화이트 타워에 도착했을 때 저는 바로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는 어린아이였죠." 그렇게 말하는 노인의 눈빛은 마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듯 반짝인다. "독일 장교들이 큰 차량을 타고 화이트 타워 입구에 나타났던 그 장면은 영원히 제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그리스 군인은 철문 앞에 총을 들고 서서, 팔을 뻗은 채 그들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독일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무려 두 시간 동안 독일군은 그의 앞에 머물렀지만, 그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총을 든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나는 바로 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았지만,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결국 독일군은 물러갔고, 잠시 후 그리스 장교 한 명을 대동하고 돌아왔다. 그 장교는 그리스 군인에게 경례한 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렸고, 그제야 군인은 총을 땅에 내려놓았다. 독일군은 자국의 깃발을 들고 화이트 타워에 들어가 그리스 국기를 내리고 자신들의 깃발을 올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출처: APE-MPE(아테네·마케도니아 통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