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공개된 것은 그리스 국왕 게오르기오스 2세의 삼촌인 게오르기오스 왕자의 아내, 마리아 보나파르트 공주가 직접 촬영한 귀중한 필름 영상입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후손이기도 한 그녀는 당시 그리스 왕실과 가까운 인물로, 이 특별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군인 대신 어린이들이 채운 퍼레이드
1941년 3월 25일은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 지배에 맞서 독립 투쟁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독립기념일(Δεκαπενταύγουστος)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해의 행사는 평년과 사뭇 달랐습니다. 그리스-이탈리아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병력 대부분이 알바니아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이날 퍼레이드에는 단 한 개의 군 부대도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행사장을 채운 것은 당시 요안니스 메탁사스 정권이 운영하던 국민청년조직(EON) 소속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제복을 입고 행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 영상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점령 앞둔 그리스의 마지막 기념식
안타깝게도 이 행사는 그리스가 자유롭게 거행한 마지막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로 기록되었습니다. 불과 몇 주 뒤인 1941년 4월, 나치 독일이 그리스를 침공하면서 아테네는 점령 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전운이 감도던 가운데 열린 이 축제는 곧 닥칠 비극을 모른 채 이어진, 짧지만 의미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왕실 인사의 손길로 남겨진 이 희귀 필름은 전쟁의 그늘 속에서도 일상과 국경일을 지켜내려 했던 당시 그리스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