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년 이슬람군의 침공 앞에서 서고트 왕국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그리고 철저하게 무너졌습니다. 나르본 반도부터 갈리아 일대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민족·종교·법적 통합을 이루어낸 국가가 어째서 그토록 갑작스럽게 소멸했는가—후대 역사가들이 이 물음에 답하려 애써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현재 학계에서는 이슬람 침략으로 인한 서고트족의 급속한 붕괴의 원인을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 즉 8세기 초 왕국을 집어삼킨 모든 질서의 총체적 위기에서 찾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왕위를 노린 끊임없는 음모레체스빈토(Recesv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