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역사

카시우스에게 전투의 날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셰익스피어의 비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카시우스에게 필리피 전투의 날은 단순한 승부의 순간이 아니다. 그날은 그가 태어난 생일이자, 수많은 불길한 징조가 겹쳐 나타난 '운명의 날'이기 때문이다.

전야에 나타난 카이사르의 영혼

필리피 전투를 하룻밤 앞둔 밤, 진영에는 섬뜩한 조짐이 나타난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등 공모자들의 손에 살해당한 카이사르의 영혼이 “필리피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Thou shalt see me at Philippi)”라는 말을 남기며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반역자들이 싸울 전장에서 죽음과 재회하리라는 예고로 읽힌다.

처음 이 환영을 마주한 이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공포는 차분한 각오로 바뀌고, 카이사르의 유령이 남긴 말은 곧 다가올 죽음을 알리는 징조로 받아들여진다.

생일과 겹친 전쟁의 날

카시우스 자신도 이날이 특별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전투 직전 그는 “이날 내가 처음 숨을 쉬었다. 내가 시작한 곳에서 끝날 것이며, 내 생애는 원을 그리며 완결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생일과 결전의 날이 정확히 겹친다는 사실을, 그는 우연이 아니라 운명의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독수리는 떠나고 까마귀가 내려앉다

여기에 더해 카시우스는 구체적인 흉조도 목격한다. 로마 군단의 상징인 독수리들이 진영을 떠나 버리고, 그 빈자리를 까마귀와 큰까마귀 떼가 채워 전장 위를 맴돌게 된다. 행진을 호위하던 상징이 사라지고 사체를 노리는 새들이 내려앉았다는 사실은, 그에게 자신의 최후를 예고하는 신호로 다가왔다.

브루투스에게 털어놓은 마지막 대화

이 모든 징조를 안 카시우스는 전투 전 브루투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오늘의 여러 조짐을 볼 때 이 전투에서 자신이 죽음을 피하기 어렵다는 확신, 그리고 만약 패배한다면 두 사람이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으리라는 말이다. 실제 극중에서 카시우스는 전투 도중 벗 티티니우스가 포로로 잡혔다는 잘못된 소식을 듣고, 종병 핀다루스에게 자신을 찌르게 함으로써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결국 카시우스는 카이사르의 영혼이 예언한 대로 필리피에서 카이사르를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

흥미롭게도 극 초반에서 “죄는 우리의 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며 운명론을 거부했던 인물이 바로 카시우스다. 그러나 죽음이 가까워진 순간, 그는 오히려 누구보다 냉정하게 징조를 읽고 운명을 수용한다. 전투의 날이 그에게 중요한 이유는 승패 자체보다, 자신의 시작과 끝이 하나의 원을 이루는 날로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