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오해: 러시아 유대인은 '독일식 이름'을 가진 게 아니었다
러시아 유대인들이 전형적으로 독일식 이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흔한 오해입니다. 러시아 제국 시절 많은 유대인들은 슬라브계 이름이나 이디시어 기반의 이름을 사용했으며, 일부는 18~19세기 러시아 사회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성씨가 독일식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러시아 유대인의 대다수는 독일식 성씨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디시어, 즉 '독일어를 닮은' 언어의 영향
동유럽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이디시어는 중세 고지 독일어에서 발전한 게르만계 언어입니다. 따라서 이디시어에서 유래한 성씨들은 자연스럽게 독일어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로젠버그(Rosenberg), 골드베르크(Goldberg), 잭스(Zaks) 같은 성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18~19세기, 강제된 성씨 채택 정책
유대인에게 성씨 채택을 의무화한 배경에는 국가 주도의 행정 개혁이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1787년 유대인들에게 독일식 성씨 등록을 명령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 제국과 프로이센 등에서도 유사한 법령이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관료들이 독일어 문헌에 익숙했던 탓에 새로 만들어진 성씨 상당수가 독일어 단어에서 따온 것이며, 여기에 러시아식 접미사가 붙기도 했습니다.
동화 과정에서 변형된 성씨들
19세기 러시아 사회 편입 과정에서 일부 유대인 가문은 취업, 교육, 거주 허가 등을 위해 이름과 성씨를 러시아어나 독일어 형태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는 소수였으며, 슬라브식 어미(-스키, -예프 등)가 결합된 성씨나 지역·직업에서 유래한 성씨 역시 매우 흔했습니다.
결론
정리하자면, 러시아 유대인의 성씨가 '독일식'으로 보이는 것은 독일계 출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디시어의 게르만어 기원과 18~19세기 제국의 행정적 강제 정책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오늘날 러시아 유대인 대다수의 성씨는 독일식이라기보다 이디시어, 슬라브어, 히브리어가 뒤섞인 복합적인 역사의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