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전쟁은 주로 호메로스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테네가 이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 증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사시 속에서 드러나는 아테네의 부재
『일리아드』에는 트로이와 맞선 그리스 연합군에 가담한 수많은 도시와 지도자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 방대한 인명과 지명 목록 속에서 아테네는 두드러지게 빠져 있습니다. 트로이 원정의 핵심 세력으로 꼽히는 도시들은 미케네, 아르고스, 스파르타, 필로스 등 펠로폰네소스 중심의 강대국들이었으며, 아테네의 이름은 이들 목록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후대 전승 속의 아테네
물론 『일리아드』의 함대 목록(카탈로그 오브 시프스)에는 아테네 왕 메네스테우스가 50척의 배를 이끌고 참전했다는 짧은 언급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가멤논,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같은 주인공급 영웅들의 활약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아테네가 전쟁의 주류 세력이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역사학자들의 평가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학자들은 대체로 아테네가 트로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했더라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실제로 트로이 전쟁으로 추정되는 시기인 기원전 13~12세기경 아테네는 아직 작은 정착지 수준에 불과했으며, 훗날 고전기 그리스를 이끄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결국 아테네의 영광은 트로이의 몰락이 아니라, 그로부터 한참 뒤에 펼쳐진 민주주의와 철학, 예술의 시대에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