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는 순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는 만찬과 불꽃놀이를 즐기고, 일부 사무실 창문에서는 지난 한 해를 보내는 작별의 표시로 잘게 찢은 종이를 하늘로 흩날리곤 합니다. 인간은 계절·연도·월 같은 주기 속에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재생과 환생의 의식은 어느 문화에서나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다만 그 방식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놀랄 만큼 다양한데, 지금부터 세계 곳곳의 색다른 새해 풍습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 뉴질랜드 피트섬
새해의 첫 햇살을 받는 곳 중 하나는 뉴질랜드 동해안에 위치한 피트섬입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던 시절, 주민이 55명뿐인 이 섬의 한 농부는 자신의 소유지 언덕에서 보이는 일출에 대한 권리를 104,000달러에 뉴질랜드 정부에 판매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국 방송사 CNN이 두 차례 더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고, 오히려 조국 정부가 나쁜 거래를 했다고 믿었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사는 지역의 언덕은 대개 안개에 뒤덮인 채 아침을 맞는다고 합니다.
새해를 가장 늦게 맞이하는 곳, 사모아
지구상에서 새해의 시작을 가장 늦게 축하하는 곳은 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입니다.
스페인의 포도 12알, 도미니카공화국의 바다 목욕
자정에 포도 12알을 먹는 풍습은 1909년 스페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알폰소 13세 국왕이 새해 전야에 풍성한 포도 수확을 기념한 것이 그 유래입니다. 포도 한 알에 소원 하나를 담아 12가지 소원 목록을 미리 적어두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한 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해변으로 가서 등을 돌린 채 바다에 몸을 담그면 액운이 모두 씻겨 나간다고 믿습니다.
매일 밤이 새해인 곳, 미국 디즈니월드
미국에는 매일 밤 새해를 맞이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나이트 파크 '플레저 아일랜드(Pleasure Island)'입니다. 자정이 되면 모든 방문객이 중앙 거리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진행하며 새해를 축하합니다.
소음으로 악령을 몰아내는 세계의 풍습
새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여겨지며, 그만큼 시끄럽기도 합니다. 나팔과 북, 베이스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지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으며 함성이 터집니다. 고대 동양의 전통에 따르면 악령은 요란한 소리를 들으면 사라진다고 합니다. 또 다른 풍습으로는 사악한 눈을 막기 위해 창밖으로 물통을 던지거나,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바다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도 있습니다.
1월 1일이 독립기념일인 나라들
아이티와 수단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에 독립기념일을 기념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얀마, 대조적인 풍경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에서는 미덕 증진 및 악덕 예방 당국이 새해 축하 행사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미얀마(버마)의 풍습은 훨씬 온화한 편으로, 한 해를 '깨끗이 씻어낸' 영혼으로 시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필리핀, 둥근 모양으로 부를 불러오다
필리핀에서 둥근 모양은 동전을 상징하며 번영과 부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사람들이 물방울 무늬 옷을 입고, 저녁 식탁에 둥근 음식을 올리는 것이 매우 일반적입니다. 이는 다가오는 한 해의 큰 풍요를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깨진 그릇으로 우정을 확인하다
덴마크에는 이웃 집 문 앞에 그릇을 깨뜨려 두는 독특한 풍습이 있습니다. 이웃은 이 낯선 애정 표현에 화를 내는 대신 기뻐합니다. 앞마당에 깨진 접시·잔·컵을 가장 많이 남겨둔 가족이 가장 운이 좋은 집으로 여겨지는데, 그 파편이 많은 충성스러운 친구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덴마크 사람들은 시계가 자정을 알리면 모두 함께 의자에서 뛰어내리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볼리비아, 행운을 부르는 다양한 의식
볼리비아에서는 건강·부·사랑을 불러오기 위해 집 입구에 돌 세 개를 남겨두고 가운데 동전을 숨기는 등 여러 가지 의식을 치릅니다. 케이크나 과자 속 행운의 상징을 찾은 사람에게는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행운을 기원하며 집 밖에 밀짚 인형을 걸어두기도 하고, 노란 속옷은 행운을, 빨간 속옷은 사랑을 불러온다고 여겨집니다.
독일의 새해 필수 시청 프로그램
독일에서는 혼자 90세 생일을 보내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Der 90. Geburtstag(90세 생일)'이 매년 TV에서 방송됩니다. 이 고전은 1963년에 녹음되었으며, 매년 새해 전야가 되면 빠지지 않고 반복됩니다.
아일랜드, 베개 밑 미슬토의 기적
아일랜드에서는 미혼 여성들이 새해 전야에 미슬토(Viscum album)를 베개 밑에 넣습니다. 불운을 막고 미래의 남편을 만나게 해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에콰도르·페루, 밀짚 인형 태우기
에콰도르와 페루의 마을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를 형상화한 밀짚 인형을 만듭니다. 이 인형들은 연말에 태워지며, 지난 한 해의 모든 불운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없애는 의미를 지닙니다.
칠레 탈카, 묘지에서 함께하는 카운트다운
칠레 탈카에서는 새해 전야 파티가 도시의 묘지에서 열립니다. 묘지의 문은 정확히 오후 11시에 모두에게 개방되며, 이미 떠나 보낸 사람들을 포함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미국, 자정의 키스
미국에서는 자정이 되면 남편, 친구, 연인, 혹은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키스를 나누는 풍습이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새해를 기쁨으로 가득 채우는 동시에, 과거의 나쁜 기억을 지우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지난 한 해의 악운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축복을 담는 것이죠.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