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이전까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창설한 '유령군(Ghost Army)'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부대의 존재를 증명하는 문서와 사진들은 수십 년간 기밀로 유지되었고, 그중 상당수는 오늘날에도 열람이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로 구성된 특수부대
유령군의 정식 명칭은 '제23본부 특수부대(23rd Headquarters Special Troops)'로, 약 1,000명의 병사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미술학교 출신이거나 연예 에이전시를 통해 모집된 인재들이었습니다.
건축가, 디자이너, 화가, 배우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총동원해 나치 제3제국에 맞섰습니다. 직접 전선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20여 회에 달하는 결정적인 전투에 개입했으며 그 공헌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풍선으로 만든 전차 부대
이들의 임무는 적을 기만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군대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동안, 적군이 약 30,000명 규모의 완편 장갑사단 2개가 특정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한 개 사단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전차, 대포, 차량, 항공기 등을 직접 제작해 사용했습니다. 물론 모두 팽창식 풍선, 판지, 나무와 넘치는 상상력으로 만든 가짜였습니다.

20km 밖까지 들리는 위장 음향
가짜 차량들을 원을 그리며 이동시켜 대규모 행렬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포트 녹스(Fort Knox)에서 녹음한 특수 음향 효과를 내보냈습니다. 이 소리는 중장보병 부대의 이동 소음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습니다.
거대한 스피커 덕분에 이 음향은 무려 2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수 있었습니다.

일부러 들키도록 만든 위장
궁극적인 목표는 나치가 이 환상의 부대를 알아차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차에는 일부러 불완전한 위장 도색을 입혀 오히려 더 쉽게 발견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배우들은 해방된 프랑스 도시들을 장군 복장으로 돌아다녔습니다. 히틀러의 첩자들이 이들이 실제 군대라고 확신하게 만들기 위한 연기였습니다.
비밀이 밝혀지다
2013년에는 이 비밀 부대의 전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유령군(The Ghost Army)>가 공개되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후에는 릭 바이어(Rick Beyer)의 저서 <제2차 세계대전의 유령군(The Ghost Army of World War II)>도 출간되었으며, 전자책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다큐멘터리 감독과 책의 저자는 내년 유럽 전역을 돌며 유령군의 발자취를 따르는 투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행 자리를 예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