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중세 궁정 사랑: 기사도에서 피어난 '핀아모르'의 세계

중세 궁정 사랑(courtly love)은 12세기 무렵 유럽에서 등장한 연애 이념으로, 사랑하는 상대를 이상화하고 예의 바른 몸가짐, 즉 '궁정 예절(courtesy)'을 실천하는 것을 핵심 특징으로 한다.

중세 궁정 사랑: 기사도에서 피어난  핀아모르 의 세계

기사도에서 싹튼 궁중 예법

10세기부터 14세기까지 이어지는 중세 후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중세 사회 질서가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무장 귀족 계층은 특히 기사단의 형성을 통해 두드러졌다. 기사도(chivalry)에서는 정중하고 예의 바른 행동 방식, 곧 '궁정 예법'이 파생되었다. 중세의 왕과 영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궁정들은 기사도 이념에 맞춘 고유한 사회 규범을 만들어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궁정 사랑이다.

핀아모르(fin' amor): 숭고하고 순수한 사랑

중세 궁정에서는 fin' amor(프랑스어로 amour fine, 즉 '고귀하고 순수한 사랑')라 불리는 실천이 발달했다. 이는 젊은 기사들이 이미 영주나 고위 귀족과 결혼한 부인에게 바치는 경외의 사랑이었다. 젊은 기사들은 귀부인을 이상화했는데, 그 목적은 여성을 차지하려는 욕망이라기보다 따라야 할 본보기, 즉 모델을 얻는 데 있었고, 이는 영주의 위상과 더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중세사 전문 역사가 조르주 뒤비(Georges Duby)는 이렇게 설명한다.

“영주의 궁정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젊은 기사들은] 그의 부인이 진심 어리고 사욕 없는 사랑으로 자신들을 구별해 주기를 기대했다. 대영주와 신흥 부자에게 공통된 이상이 된 궁정 사랑은, 그리하여 봉건 귀족 내 서로 다른 신분층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 순수한 사랑(fin'amor)은 육체적 색채를 유지하면서 금욕을 찬양했기 때문에 상층 귀족의 마음에 들었다. 사랑받는 여성이 불러일으키는 욕망의, 동시에 환희롭고 정숙한 찬미는 거의 신비주의적인 음조를 띠었고, 가장 소박한 이들의 환상을 쉽게 달래 주었다.” [1]

따라서 궁정 사랑은 귀족 여성을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거나 암시하는 독특한 성격을 지녔으며, 봉건 영주와 젊은 기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사랑의 놀이였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이러한 행동 방식이 12세기 무렵 프랑스 남동부 옥시타니(Occitania) 지방에서 발생하여 곧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 브르타뉴와 브리튼 섬(오늘날 영국)에까지 미쳤다고 지적한다.

결혼을 둘러싼 두 관념의 충돌

이러한 궁정의 관습은 중세 후기에 남녀 결합에 대해 통용되던 두 관념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편으로 결혼은 신부 집안이 '거래'하듯 주선하는 실용적·현실적인 제도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톨릭 신학이 남녀 결합의 신성함과 성행위의 죄악성(혹은 그렇지 않음)을 함께 다루면서 결혼을 종교적 차원에서 규정했다. 이 충돌은 사랑에 관한 여러 이론과 더불어 이야기, 전설, 시 등 수많은 문학 작품을 낳았다.

궁정 사랑 문학의 거장들

이 시기에 사랑에 대해 쓰인 글의 상당 부분은 로마 시대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아르스 아마토리아(Ars Amatoria)』에서 주요 원천을 찾는다. 대표적인 인물로 세 사람을 꼽을 수 있다.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Andreas Capellanus)는 『정당한 사랑의 기술(De Arte Honeste Amandi)』을 저술했고, 크레티앵 드 트루아(Chrétien de Troyes)는 유명한 『랜슬롯(Lancelot)』을 남겼으며, 교회 영역에서는 '신성한 사랑의 스승'으로 불리는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두스(St. Bernard of Clairvaux)가 『신을 사랑하는 법에 관하여(De diligendo Deo)』와 『송가 강론(Sermones super Cantica Canticorum)』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 나아가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사랑의 의미를 탐구했다. 이들은 모두 궁정 사랑의 주요 대표자로 꼽힌다.

랜슬롯과 기니비어: 궁정 사랑의 전형

특히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문학은 궁정 사랑을 상징한다. 『랜슬롯』 같은 작품에서 오늘날 우리가 가지는 이 중세 사회 관습에 대한 주요 인식이 형성되었다. 랜슬롯이 기니비어(Guinevere)를 이상화하여 사실상 하늘 같은, 신성한 숭배의 대상으로 격상시키는 모습은 궁정 사랑의 이상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랜슬롯이 행동에서 보여 주는 복종은 주관적인 측면에서 종교적 헌신을 의도적으로 흉내 내는 감정과 함께한다. 그의 사랑은 결코 초감각적인 것이 아니며 실제로 이 시(詩) 안에서 육체적으로 보상받지만, 그는 기니비어를 성인, 아니 신격에나 바치는 예우로 대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가 기니비어가 누워 있는 침대 곁에 다가갈 때 무릎을 꿇고 그녀를 경배한다. 크레티앵은 랜슬롯이 그 어떤 신성한 존재보다도 더 깊은 믿음을 바친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인정한다. 그가 그녀의 방을 나설 때는 마치 성소 앞에 선 것처럼 무릎을 굽혀 절을 한다.” [2]

이 주제를 다룬 또 다른 상징적인 작품으로는 13세기 기욤 드 로리스(Guillaume de Lorris)의 『장미 이야기(Roman de la Rose)』가 있다.


주석:
[1] DUBY, Georges(『서문』) 외, 『서양의 사랑과 성(Love and Sexuality in the West)』, A. P. 파리아 포루투갈어 번역, 리스본, Terramar, 발행연도 미상, 108~109쪽.
[2] LEWIS, C. S., 『사랑의 우의: 중세 전통 연구(Allegory of Love: A Study of Medieval Tradition)』, 상파울루, É Realizações, 2012,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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