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주의의 개념,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주의를 논할 때는 먼저 '민족(nation)'이 무엇인지 밝히는 정의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민족'은 한 사람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역사적 경험, 행동 방식, 신념, 그리고 여러 생활 습관의 총체로 이해된다. 그러나 민족을 깊이 들여다보면, 고유한 정체성의 구축은 늘 문제적이며 끝내 완성되지 않는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차이를 넘어선 집단 정체성의 논리
이러한 개념상의 난점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는 특정 문화권에서 발전하며 집단적 정체성의 공유를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같은 민족에 속하지 않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특정한 진리와 행동 기준을 내세운 것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 민족주의는 '차이'의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 자기 민족을 우선시하고 긍정적인 집단 이미지를 구축한다.
프랑스 혁명과 민족주의의 탄생
19세기에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민족주의 감정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낳은 가장 중요한 산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절대왕정의 통치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프랑스인들은 광범위한 담론을 형성했다. 여기서 인민과 민족의 의지는, 특정 집단에 다수를 희생시키며 특권을 부여하던 모든 관습과 법을 폐지하려는 열망과 하나로 결합되었다.
반군주제 운동과 제국주의의 결합
부르주아지와 대중 계층 간의 이해 충돌이라는 뚜렷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감정은 19세기 유럽에서 전개된 반군주제 운동에서 대중 동원의 도구로서 힘을 얻었다. 같은 시기 민족주의 물결은 제국주의와 결합하며 더욱 세력을 확장했다. 제국주의는 한 민족의 우월성이라는 개념을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았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경쟁 구도
역사적으로 볼 때, 민족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국가 간 경쟁 구도를 키우는 데도 일조했다.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은 언제나 한 민족의 이익이 '위협적인' 적대 국가들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담론과 맞닿아 있었다. 그 결과 우월감과 경쟁 의식은 민족주의 사상을 조직하는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의 비극
20세기에 들어 민족주의는 유럽에서 전체주의 운동의 등장과 함께 가장 급진적인 형태로 표출되었다. 이 운동들은 단순한 민족의 수호자를 넘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더라도 전체 집단의 욕구를 대변하고 실행할 수 있는 최고 지도자를 세워야 한다는 발상을 내세웠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와 실패를 돌아보면, 이런 극단적 표현이 남긴 비극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도 남아 있는 민족주의
오늘날 세계화가 국경 간 거리를 좁히고 있음에도, 민족주의는 통합이라는 현대적 이상을 거부하는 일부 소수 집단의 목소리 속에 여전히 나타난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른바 신나치주의자들이 고향을 떠나 기회와 더 나은 삶을 찾아 이주해 오는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민족주의에 편승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민족주의의 문제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