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군, 한니발의 결전을 받아들이다(12월 말)
두 군대 사이에는 하나의 시내가 흘렀다. 그 시내는 사방이 깊은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흔한 황무지에서 볼 수 있듯이 축축한 풀과 덤불, 잡목으로 덮여 있었다. 이 어두운 곳은 기병마저 숨기기에 충분한 은신처였다.
한니발은 직접 지형을 살펴본 뒤 이를 간파했다. "여기가 너의 매복지가 될 것이다." 그는 동생 마고에게 말했다. "군대에서 기병 백 명과 보병 백 명을 뽑아 첫 야경에 나와 나와 합류하라. 지금은 먼저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게." 그렇게 말한 뒤 그는 회의를 해산했다.
마고는 곧 정예 부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용감한 전사들이로구나." 한니발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수적 우위는 물론 용맹함까지 확보하기 위해, 너희 각자는 보병과 기병 대대에서 자신과 같은 용사 아홉 명씩을 뽑아라. 마고가 매복할 장소를 알려줄 것이다. 너희는 이런 전술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적과 맞서게 될 것이니."
이윽고 마고의 천 명의 기병과 천 명의 보병이 매복지로 떠났다. 한니발은 새벽이 밝자 누미디아 기병에게 명령을 내렸다. 트레비아 강을 건너 로마 진영 주변을 배회하며 전초기지를 공격해 적을 전투로 끌어내되, 일단 교전이 시작되면 조금씩 물러나며 적을 강 아래쪽으로 유인하라는 것이었다. 다른 보병·기병 지휘관들에게는 모든 병사에게 식사를 하게 한 후 말에 안장을 얹고, 무장한 채 신호를 기다리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셈프로니우스는 누미디아인들의 첫 경보가 울리자마자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기병대 전력을 앞세우고, 이어 6천 명의 보병을, 마침내 전 병력을 진격시켰다.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결전의 결의를 실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급했기 때문이다.
그날 안개는 상당히 짙었고, 알프스와 아펜니노 산맥 사이에 자리한 이 지역은 강과 늪지의 찬 기운 때문에 여전히 매우 추웠으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사람과 말들은 서둘러 출격하는 바람에 미리 음식을 챙겨 먹지도 못했고, 혹독한 계절에 대비한 어떤 방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몸에 열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강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더욱 매서워져 병사들을 얼어붙게 했다.
곧 그들은 도주하는 누미디아인들을 추격하기 위해 강물에 몸을 던졌다. 전날 밤 비로 불어난 트레비아 강의 물은 가슴까지 차올랐다. 강을 건너 빠져나올 무렵에는 팔다리가 너무 저려 무기를 쥐는 것조차 힘겨웠고, 이미 많이 지난 낮의 병사들은 극심한 피로와 허기에 지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