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이달의 동전: 행복한 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서기 348년, 로마 제국으로 시간 여행

이번 달의 동전은 고대 후기, 그중에서도 서기 348년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당시 로마 제국은 형제 황제 콘스탄스(Constans)와 콘스탄티우스 2세(Constantius II)가 함께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두 황제는 펠 템프 레파라티오(Fel Temp Reparatio)라는 이름의 청동 화폐를 발행했는데, 이 문구는 곧 ‘행복한 시절의 회복’을 선언하는 메시지였습니다.

로마와 미국 사이

“행복한 날이 다시 왔다(Happy Days Are Here Again)”는 1932년 대통령 선거에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가 사용한 캠페인 송이었습니다. 1933년 미국 제32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루즈벨트는 희망찬 선거 구호를 헛된 약속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위기 관리의 달인답게 그는 국가를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 속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2017년 미국 역사학자들의 ‘대통령 평가 조사(Presidential Historians Survey)’에서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훌륭한 대통령으로 꼽혔습니다.

로마 황제들 역시 이런 인기를 얻고자 애썼고, 그 도구로 화폐만큼 유용한 것이 없었습니다. 갈리아 벨기카의 가난한 농부부터 아프리카 프로콘술라리스의 부유한 원로원 의원까지, 거의 모든 로마인은 평생 한 번쯤 동전을 손에 쥐곤 했으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제정 시기에 동전에 무엇을 새길지 결정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황제가 직접 개입했을 수도 있고, (주화) 행정 관료에게 위임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후자라면 관료들은 백성에게 황제를 찬양하는 동시에, 새로운 주화 디자인으로 황제 본인의 마음에도 들어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떤 황제는 다른 황제보다 재정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을 테니, 진실은 그 어느 중간쯤에 있겠지요.

형제의 불화

콘스탄스와 콘스탄티우스 2세는 최초의 기독교 로마 황제로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대제(Constantine the Great, 재위 306~337)의 아들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이 극심한 가족 간 다툼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마치 드라마 게임 오브 스론즈를 연상시키듯, 콘스탄티누스의 남계 후손들이 체계적으로 숙청되던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 끝에 살아남은 것은 이 형제뿐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남은 형제 사이에 화합은 없었습니다. 콘스탄티우스는 아리우스파 이단이었고, 콘스탄스는 정통파 신자였습니다. 340년대에는 두 형제가 전면 충돌 직전까지 몰렸지만 전쟁은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결국 재정적인 필요성이 형제 싸움을 접어두게 만들었습니다. 서기 348년, 두 황제는 청동 화폐 개혁을 단행했고, 화폐에는 완전히 새로운 도상과 슬로건이 등장했습니다.

이달의 동전: 행복한 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서기 348년 로마 제국. 콘스탄스가 서방(빨간색), 콘스탄티우스 2세가 동방(보라색)을 다스렸습니다.

동부 전선의 갈등

새로운 주화 도안 중 하나는 화폐학자들에게 잘 알려진 소위 ‘떨어지는 기수(falling horseman)’입니다. 아래 동전에는 로마 군인이 낙마하는 기병을 찌르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이는 로마 주화 이미지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장면입니다. 특히 이 표본의 기수가 쓰고 있는 머리 장식은 ‘프리기아 모자’로 확인됩니다. 로마인들은 이런 모자를 자동적으로 동방 페르시아인의 전통 복장과 연결 지었습니다. 서기 348년 페르시아는 사산조(224~651)의 지배 아래 있었고, 이들은 쇠약해진 파르티아 제국을 대체하며 로마인들을 수시로 괴롭히던 강력한 적수였습니다. 사산조는 파르티아의 전례처럼 탁월한 기병 전력으로 유명했습니다. 제국 동부를 통치한 콘스탄티우스는 사산조와 자주 충돌했지만, 성패는 늘 엇갈렸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 혹은 그의 관료들 — 가 동부 전선의 상황을 위대한 로마의 승리로 포장해 동전에 새기는 데 아무 지장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동전은 문자 그대로 전형적인 로마식 자신감을 발산한다 할 만합니다. 이 도안은 무엇보다 콘스탄티우스와 연결되는 것으로, 콘스탄스는 서방의 정치적 상황에 맞춘 자신만의 주화 도안들을 따로 받았습니다.

이달의 동전: 행복한 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주화 도안의 품질은 들쑥날쑥했습니다. 왼쪽 동전에서는 말이 기수와 함께 넘어지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이달의 동전: 행복한 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반면 오른쪽 동전에서 말은 오히려 불구가 된 악어처럼 보입니다.


FEL TEMP REPARATIO, 행복한 날들의 회복

348년 개혁으로 등장한 다양한 주화 도안을 하나로 묶는 핵심 요소는 바로 뒷면에 새겨진 슬로건 FEL TEMP REPARATIO였습니다. 이를 FEL(icium) TEMP(orum) REPARATIO, 즉 ‘행복한 시절의 회복’으로 읽을 수 있는데, 한 화폐학자는 이를 더 매끄럽게 “행복한 날이 다시 왔다(Happy Days Are Here Again)”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회복의 설계자는 다름 아닌 콘스탄스와 콘스탄티우스 자신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면 ‘야만족’을 파괴하거나 복속시키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었고, 대다수 로마인에게 좋은 야만족이란 죽거나 노예가 된 야만족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페르시아든 고트든 프랑크든, 야만족을 응징하는 장면은 주화 도안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특정 지도자들이 자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비슷한 호전적 노선을 택할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