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플로레스인의 발견: 인류 진화를 뒤바꾼 '호빗' 화석

2000년대는 고인류학자들에게 전성기였다. 1974년 발견된 '루시(Lucy)'가 약 25년 동안 '인류의 할머니'로서 최고(最古) 인류 조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면, 2000년에는 약 6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로린(Orrorin)이, 이어 2001년에는 약 700만 년 전에 살았던 투마이(Toumaï)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초기 호미닌(hominin)과 현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과학계의 통념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플로레스인의 발견: 인류 진화를 뒤바꾼  호빗  화석

발견 경위

인도네시아 자와섬 동쪽, 티모르 방향에 위치한 플로레스 섬에서는 2001년부터 마이클 모우드(Michael Morwood)와 라디엔 수엔조노(Radien Soenjono)가 이끄는 고고학 탐사대가 발굴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2003년 9월,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공식 발표는 2004년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리앙부아(Liang Bua) 동굴에서 골격 유해가 확인된 것이다. 바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이른바 '플로레스인'이었다!

이 호미닌은 약 9만 5천 년 전부터 5만 년 전 사이에 이 섬에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작은 체구 탓에 '호빗'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키는 약 1m, 몸무게는 약 25kg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점은 두개골이 비정상적으로 작아서, 속(Homo)의 진화 곡선과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여러 학설이 팽팽하게 맞섰다. 일부 과학자들은 플로레스인이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나 소형 아우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의 후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지역에서 그들의 흔적은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또 다른 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에서 유래했다고 보며, 작은 체구를 혹독한 지리적 환경과 제한된 식량 자원에 대한 형태학적 적응으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후손이지만 다운증후군(트리소미)이나 소두증과 같은 유전 질환을 앓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추가 발견: 70만 년 전의 흔적

하지만 이 섬은 모든 보물을 내놓지 않았다! 2014년, 카이후 유스케(Yousuke Kaifu)는 연구팀과 함께 같은 동굴에서 약 7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완전한 턱뼈와 6개의 치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호모 사피엔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며, 발견된 치아는 호모 에렉투스의 형태를 지닌 조상과의 연관성을 분명히 시사하고 있었다. 결국 이 호미닌은 지리적 고립과 부족한 식량 자원으로 인한 '섬 왜소화(insular dwarfism)'의 사례로 규명되었으며, 현장에서 함께 출토된 초식동물의 골격 역시 이 결론을 뒷받침해 주었다.

영향과 의의

속 호모 중 가장 작은 체구를 지닌 호미닌이자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인 플로레스인은 우리의 먼 사촌이다. 이 발견은 인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고 가변적인 종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플로레스인의 체구는 섬에 도착한 직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현지 환경에 적응했다.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형태 변화의 과정이 상당히 가속화된 것이며, 이는 섬에서 체구가 작아지거나 커지는 경향을 설명하는 포스터의 법칙(Foster's rule)을 확증하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원양 항해에 필요한 지식도 없었던 이 사람들이 대체 어떻게 이 섬까지 도달할 수 있었을까? 일부 연구자들은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려 표류한 일부가 살아남았다는 가설을 내세웠다. 이 미스터리는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