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중부의 투겐 구릉지대(Tugen Hills), 적도 북쪽에 위치한 루케이노 지층(Lukeino deposit)에서 1974년 고생물학자 마르탱 피크포드(Martin Pickford)가 하나의 어금니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다른 단서가 없어 이 화석이 호미닌(사람 계열)의 것인지, 아니면 유인원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주요 인물
- 에즈라 킵탈람 체보이(Ezra Kiptalam Cheboi)
- 마르탱 피크포드(Martin Pickford)
- 브리짓 스뉘(Brigitte Senut)
발굴 과정
고생물학자에게 인내는 필수입니다. 약 25년이 지난 1998년, 케냐 정부의 주도로 발굴 작업이 재개되었고, 같은 고생물학자인 피크포드가 브리짓 스뉘와 함께 케냐 공동체 박물관들과 협력하며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00년 가을, 케냐와 프랑스의 긴밀한 협력 아래 진행된 탐사(케냐 고생물학 탐사단, Kenya Palaeontology Expedition)에서 에즈라 킵탈람 체보이가 루케이노 지층 내 아라가이(Aragai), 체보이트(Cheboit), 카프체베렉(Kapcheberek), 캅소민(Kapsomin) 등 네 곳의 유적지에서 수많은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일부 뼈에는 당시 뜨거운 온천수가 분출하며 침전시킨 석회암의 일종인 트래버틴(travertine)이 덮여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해당 화석들이 약 600만 년 전의 호미닌 다섯 개체에 속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학계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로린 투게넨시스(Orrorin tugenensis)'라는 이름은 이 지역 신화 속 인물에서 따온 것으로, '오로린'은 '원조 인간'을 뜻합니다. 부분적으로 복원된 골격은 곧바로 '밀레니엄 조상(Millennium Ancestor)', 즉 '새 천년의 조상'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오로린은 당시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호미닌이었던 루시(Lucy)보다 무려 300만 년 이상 앞선 존재로, 초기 인류 기원에 관한 기존 이론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상완골과 손가락뼈는 여전히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수목 생활의 흔적을 보여주지만, 대퇴골의 형태는 이미 두 발로 걷는 직립 보행을 시작했음을 시사합니다. 키는 약 1.2m, 몸무게는 30~50kg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뼈에 남은 흔적을 근거로 판단하면, 오로린은 육식성 고양잇과 동물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주변에서 많은 뼈가 발견되었지만 도구는 하나도 출토되지 않았습니다. 루시와 달리, 오로린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아니라 '호모(Homo)' 계열에 속하며 우리의 직계 조상일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발견의 의미와 영향
새로운 호미닌이 발견될 때마다 현대 인류 조상에 대한 고생물학의 지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연구가 진전될수록 초기 인류에 대한 기존 통념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오로린의 발견은 대형 유인원과 호미닌의 계통 분화가 오로린이 살았던 600만 년 전 이전에 이미 일어났음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는 그때까지 제기되어 왔던 이론들과 정반대의 결론이었습니다.
1년 뒤 발견된 '투마이(Toumaï,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인류 기원에 대한 지식이 끊임없이 재검토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입증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