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학자 브라이언 마크 리그(Bryan Mark Rigg)의 저서 『히틀러의 유대인 병사들(Hitler's Jewish Soldiers)』에 따르면, 나치 법률 기준으로 유대인 혈통으로 분류된 최소 15만 명의 남성이 제2차 세계대전 초반 독일군에서 복무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였던 리그는 유대인 혈통을 지닌 약 400명의 참전 용사를 직접 인터뷰했고, 그 증언들을 책에 담아냈습니다. 히틀러가 1935년 시행한 인종 차별 법인 뉘른베르크법(Nuremberg Laws)에 따르면, 1770년 이후 단 한 명이라도 유대인 조상을 둔 사람은 누구든 '유대인'으로 간주되어 국방군(베어마흐트) 입대가 금지되었습니다.
복무를 택한 15만 명의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극심하던 시기에, 부모 중 한 명이 유대인인 6만 명과 조부모 중 한 명이 유대인인 9만 명이 국방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들은 전장에서의 복무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쉽게 좌절되었습니다. 폴란드 침공 이후 귀국한 병사들 대부분은 가족이 여전히 박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공식적으로 군 수뇌부에 항의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히틀러에게까지 보고되었고, 히틀러는 이들의 즉각적인 제대를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제대 명령이 모두에게 제때 전달되지는 않았고, 일부 병사들은 1940년 말 무렵까지 전선에서 싸우기를 계속했습니다.
출신을 숨기거나 버린 사람들
일부는 자신의 유대인 출신을 끝내 숨긴 채 두려움 때문에 국방군에 잔류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유대인 정체성을 버리고 독일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지만, 히틀러는 그런 동화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독일 공군을 실질적으로 재건한 공군 원수 에르하르트 밀히(Erhard Milch)가 대표적이며, 훗날 서독 총리가 되는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 역시 독일군에서 복무하며 전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미슐링게'의 비참한 최후
유대인과 독일인의 혼혈은 '미슐링게(Mischlinge, 혼혈)'라 불렸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박해를 받았고, 1940년 이후 제대한 유대인 출신 군인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결국 강제 수용소와 절멸 수용소로 끌려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