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일병보다 계급이 높은 개? 서부전선의 전설적 영웅견 '하사 스텁비'

배고픈 강아지였던 스텁비, 부대의 마스코트가 되다

1917년, 미국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군에 입대한 로버트 콘로이 일병은 예일대학교 인근 공원에서 배고파 방황하는 작은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병사는 가엾은 마음에 이 강아지를 거두어 기르기 시작했고, 이름도 '스텁비(Stubby)'라고 지었습니다.

콘로이는 스텁비를 부대 캠프까지 데려갔고, 이내 작은 강아지는 부대의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스텁비는 다양한 나팔 소리를 구분하는 법을 배웠고, 국기를 게양·강하할 때마다 꼬리를 수직으로 치켜세우곤 했다고 합니다.

서부전선으로 떠나다

스텁비는 전투 훈련장에서도 병사들을 따라다녔습니다. 어느 날 콘로이가 복무하던 제26보병사단 제102보병연대가 독일군과 싸우기 위해 프랑스로 파견되면서, 스텁비 역시 함께 먼 항해에 나섰습니다. 부대는 1918년 2월 5일 서부전선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스텁비는 지친 병사들에게 장난감으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또한 점차 포격과 기관총 소리에 익숙해져 조금의 공포 기색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일군의 가스 공격 중에는 독가스를 흡입해 치료받기도 했지만, 바로 이 경험 덕분에 화학가스를 감지하는 예리한 코를 갖게 됩니다.

독가스 공격에서 대대 전원을 구하다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밤새 이어진 맹포격 끝에 독일군이 다시 독가스를 살포했을 때, 경계와 피로에 지쳐 '죽어 있던' 대대 병사들은 아무런 위화감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직 스텁비만이 위험을 알아차렸고, 짖으며 병사들의 바지를 문 채 잡아당겨 그들을 깨워 확실한 죽음에서 구해냈습니다.

부대의 '살아있는 위험 경보기'

스텁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뛰어난 후각과 청각으로 사선 지대에 쓰러진 부상병들을 발견해 동료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고, 그들이 신속히 구조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적의 포탄이 떨어질 몇 초 전에 이를 감지해 병사들이 엄폐할 시간을 벌어 주었습니다. 이윽고 스텁비는 부대를 지키는 일종의 '위험 경보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독일군 포로를 잡은 공적으로 하사 진급

어느 날 스텁비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미군 참호에 잠입한 독일군 한 명을 발각했습니다. 그 독일군은 독일어로 말을 걸며 개를 달래려 했지만, 스텁비는 이미 영어와 독일어를 구분하는 법을 익힌 터라 즉시 그에게 달려들어 미국 병사들이 도착해 포로로 잡을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 두었습니다.

이 공로로 스텁비는 하사(Sergeant) 계급을 받게 되었고, 당시 하등병(Corporal)에 불과했던 주인 콘로이보다 높은 계급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사 스텁비에게 전쟁 역시 험난했습니다. 독일군 포탄 파편에 크게 다치기도 했지만, 그는 서부전선의 참호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17번의 전투에 참전하며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영웅의 귀환, 그리고 영원한 기억

전쟁이 끝나고 콘로이와 스텁비가 귀국했을 때, 영웅의 환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윌슨 대통령의 접견까지 받았으며, 1926년 스텁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변함없이 함께했습니다.

스텁비의 유해는 박제되어 그가 받은 수많은 훈장들과 함께 스미소니언 연구소에 보관되어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영웅담을 전하고 있습니다.

스텁비가 받은 훈장으로는 무공훈장 3회, 미 제26보병사단 훈장, 생미엘 전투 기념훈장, 샤토티에리 전투 훈장, 그리고 퍼플하트(Purple Heart)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