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4년, 이란의 팔레비 국왕(샤)은 미국으로부터 F-14 톰캣 전투기 80대와 AIM-54 피닉스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284발을 도입했다. 이 가운데 항공기 79대가 실제로 인도되었다. 그러나 1979년 1월 16일, 이슬람 혁명으로 샤 정권은 성직자들에 의해 무너지고 만다.
정권 교체와 함께 F-14 운용의 핵심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 이란 출신 조종사 27명은 물론, 피닉스 미사일을 생산한 미국 휴즈(Hughes)사의 기술자들도 함께 떠났다. 게다가 미국 측은 16발의 피닉스 미사일을 고장 낸 상태로 남겨두고 떠났지만, 이란 기술진은 나중에 이를 수리해 되살려냈다. 그리고 1980년 9월 22일,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면서 양국은 긴 전쟁에 돌입한다. 사실 하늘에서의 충돌은 그보다 앞선 9월 7일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날 이란 F-14 한 대가 이미 이라크 헬리콥터 1대를 격추한 바 있다.
전쟁 발발, 단 하나의 희망
이라크 공군은 소련제 전투기를 대량 운용하고 있었고, 특히 초고속 요격기 MiG-25 ‘폭스배트’는 이란 공군에게 골치 아픈 존재였다. 이에 맞설 수 있는 기체는 사실상 F-14뿐이었다. 전쟁 발발 당시 이란이 보유한 F-14는 77대로, 그중 2대는 이미 사고로 잃은 상태였다.
문제는 사람이었다. 숙련된 조종사는 물론 무기체계 관제관(RIO)과 정비 기술자가 크게 부족했고, 이란 공군은 어떻게든 최강의 전투기를 가동 상태로 유지하려 애썼다. 결국 조종사 60명을 동원했지만 무기체계 관제관은 24명에 불과했으며, 일부 F-14는 다른 기체의 부품을 떼어 내는 방식으로 부품 공급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톰캣들은 즉시 전선에 투입되었다. 초기에는 강력한 휴즈 AN/AWG-9 레이더를 살려 사실상의 조기경보 통제 플랫폼으로 활약했다.
160대 격추, 이라크 공군의 악몽
이란 F-14가 이 전쟁에서 기록한 전과는 최소 160대의 이라크 항공기 격추다. 세부 전적으로는 ▲MiG-23 58대 ▲미라주 F1 33대 ▲MiG-21 23대 ▲Su-20/22 23대 ▲MiG-25 9대 ▲Tu-22 5대 ▲MiG-27 2대 ▲미라주 5 1대 ▲슈퍼 프렐론 헬기 1대 ▲B-6D 폭격기 1대 등이다. 이란 조종사들이 주장한 격추 수를 모두 합치면 200대를 넘어선다.
F-14는 이라크 조종사들에게 ‘악몽’ 그 자체가 되었고, 이라크 공군 지휘부는 아예 조종사들에게 톰캣 회피를 명령할 정도였다. 특히 AIM-54 피닉스 미사일 운용이 본격화되면서 이라크군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란 F-14가 처음에는 스패로우나 사이드와인더 같은 중·근거리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피닉스는 원래 먼 거리에서 발사하는 장거리 무기지만, 대안이 없던 이란군은 이를 비교적 근거리에서도 과감히 운용했다. 이후 이란은 스패로우와 사이드와인더를 추가 도입하게 된다.
전쟁 중 손실된 F-14는 9~16대(출처에 따라 이견 존재)로 추정되며, 그중 1대는 아군 오사였다. 반면 이라크는 “F-14를 70대 격추했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사실과 크게 동떨어진 수치였다.
제재 속에서 벌어진 정비의 기적
미국의 전면 제재로 예비 부품 조달이 끊기면서, 1984년에는 가동 가능한 F-14가 15대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란 정비 기술자들은 기적에 가까운 작업을 해냈다. 기체를 가동 상태로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폭탄 탑재 능력까지 부여한 것이다.
노력은 계속되었다. 1988년에는 가동 가능한 F-14가 34대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인질 석방과 맞교환되는 형태로 미국의 비밀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에이스들의 전설
이란 F-14 조종사들은 전쟁 내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최고 에이스는 자디(Zadi) 사령관으로, MiG-23 4대, Su-22 2대, MiG-21 2대, 미라주 F1 3대 등 총 11대를 격추했다. 로스타미(Rostami)와 아프사르(Afsar)가 각 6대로 그 뒤를 이었다. 로스타미는 미라주 F1 3대와 MiG-21 1대에 더해 당대 최강 요격기로 불린 MiG-25 2대까지 잡아냈고, 아프사르는 MiG-21 2대, 미라주 F1 2대, MiG-23 1대, Su-22 1대를 격추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기록은 아사돌라 안델리(Asadullah Andeli)가 남겼다. 1981년 1월 7일, 그는 50km 거리에서 피닉스 미사일 한 발을 발사해 이라크 MiG-23 3대를 격추하는 경이로운 전과를 세운 것이다. 미사일은 이라크 편대장의 기체에 직격했고, 그 폭발 파편과 피격 기체의 잔해가 함께 비행 중이던 두 대를 연달아 떨어뜨렸다. ‘한 발에 세 대’라는 이 전과는 항공전 역사에 남을 장면으로 꼽힌다.
전쟁이 끝나도 멈추지 않은 진화
F-14는 이라크와의 전쟁 내내 큰 성공을 거두며 싸웠고, 종전 후에도 진화를 멈추지 않았다. 서방제 무기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란은 기체를 개조해 소련제 R-27(P-27) 미사일은 물론, 미국제 호크(HAWK) 지대공 미사일까지 공중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1대 격추로 F-14 최고 에이스에 오른 이란 조종사 잘린 자디(Zalin Zadi)


피닉스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란군 F-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