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어느 봄날 밤, 아테네 국방부 청사 일명 '펜타곤' 상공을 가로지른 소음은 마치 요란한 윙윙거림 같았다. 경비병들은 그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즉시 당직 장교에게 이상 징후를 보고했다. 당직 장교가 탐조등을 켜라고 명령하자, 모두의 눈앞에 작은 무선 조종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글: 디오니시스 타나술리아스
출처: 퍼스트 테마(FIRST THEME)
드론은 탐조등이 켜질 때까지 펜타곤 상공을 선회했다. 조종자가 누구였든 즉시 기체를 회수했고, 그리스 국정원(EYP)과 보안 당국이 총동원됐음에도 밤샘 수색은 허탈하게 끝났다. 당시 반첩보 부서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국정원 간부들은 상당히 긴장했다.
그 시절 그들을 괴롭힌 것은 날아다니는 드론만이 아니었다. 파르니타 산에서 그리스 전투기의 비행을 '방해'하던 '수상한' 송신기가 발견된 데 이어, 또 한 번의 충격이 터졌다. 바로 코스 섬에서 섬의 초소와 군영을 체계적으로 촬영하던 독일인의 체포였다.
이 남성은 지난 2년간 해당 섬에 거주해 왔으며, 집에서는 군영과 공공기관의 좌표가 기록된 자료가 발견됐고, 쌍안경, 카메라 메모리 카드, 비디오 카세트도 찾아냈다. 그는 그리스 땅에서 활동한 최초의 요원도 아니며, 결코 마지막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터키 정보국 MIT가 포섭한 스파이일 터다. 수십 년간 외국 첩보 요원들의 선전포고 없는 전쟁은 식을 줄 모른 강도로 그리스에서 계속되어 왔으며,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남겼다.
카르파토스 출신 빌, 존, 그리고 구스트
이들은 저마다 다른 시기에 주아테네 미국 대사관 내 CIA 지국에서 근무했던 그리스계 인물들로, 크고 작게 흔적을 남겼다. 첫 번째는 유명한 구스트 아브라코토스(Gust Avrakotos)다. 그는 군사정권 시절, 체포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를 암살하라고 대령들에게 제안했다. "자리를 치워버려. 놔두면 골칫거리가 될 거야"라는 구스트의 권유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테러와 17N(11월 17일 단체)을 깊이 다룬 존 키리아쿠였고, 세 번째는 윌리엄 바실, 즉 '카르파토스 출신 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사실상 도청 스캔들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바로 그였다. 미국인들이 '그림자' 공중전화를 이용해 카라만리스 정부 관리 수십 명은 물론 총리 본인의 통화까지 감청했던 사건이었다. 그보다 앞선 1993년 11월 16일에는 그의 두 '동료'가 킵셀리 미티미니 거리에서 승합차 안에서 체포된 적이 있었다.
이들 역시 CIA 요원으로, 17N 연루 용의자들을 감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는 가발, 카메라, 무선 장비, 잠자리 매트가 발견됐다. 마이크 베이커와 찰스 푸디스는 경찰서로 연행됐는데, 전자는 가짜 이름을 댔고 후자는 뻔히 아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찰스 푸디스, 미국 대사관 2등 서기관이다. 함부로 손대지 마라. 외교 문제가 된다."
몇 시간 뒤, 외교적 협상 끝에 두 미국인은 석방되어 첫 항공편으로 떠났고, 승합차는 그리스 당국의 검문 없이 그대로 미국 대사관으로 돌려보내졌다. 이들은 유명한 발레리 플레임(Valerie Plame)만큼 신중하지 않았다. 플레임 역시 부시 행정부가 현직 CIA 요원인 그녀의 신분을 폭로해 미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으로 유명해지기 전, 아테네를 거쳐간 인물이었다.
플레임은 여러 그리스인을 포섭했는데, 그녀가 자신의 책에서 밝혔듯 그중에는 유명 그리스 정치인도 있었다(다만 이름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아테네에서 외교관 신분 뒤에 숨어 있던 그녀는 시선을 끄는 금발 미녀로, 콜로나키의 유행 선도 매장들을 돌며 '정보원'과 잠재적 협력자를 물색하고 다녔다.
터키식 '외교관'과 아테네의 모사드
8년 전에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었다. 렘노스 섬에서 군사 시설을 촬영하다 현지 보안 당국에 붙잡힌 체코 국적 남성 두 명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모두 비디오 게임 회사 직원이며 '아르마 III(Arma III)'용 이미지를 수집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체포 사건들이 알려져 있다면, 그리스 땅에서 벌어진 스파이들의 춤 속에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더 많다.
그 주인공들은 극비 작전을 수행하던 MIT, CIA, 그리고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들로, 그들의 흔적은 언젠가 책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곤 했다. 외교관으로 위장해 아테네에서 활동하던 터키 정보요원 얄츈 아타만(Yalcin Ataman)의 사건이 가장 특징적이다. 당시 KYP(그리스 중앙정보국) 팀은 첫순간부터 그를 식별해 촘촘히 감시했지만, 그는 너무나 무례한 행보를 이어나갔고, 결국 감시는 그리스 요원과의 몸싸움으로 끝났다. 총은 쏘지 않았지만, 아테네 한 구역의 한 건물 앞에서 주먹이 오갔고, 아타만은 석회 웅덩이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반면 이스라엘 모사드는 1970년대 초 아테네에서 아주 특정한 인물 하나를 노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자국 요원 그룹이 아테네 중심가의 '아리스티데스' 호텔에서 자이드 무차시(Zaid Mouchatsi)를 폭파 살해했다는 사실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무차시는 PLO 요원으로, 모사드가 뮌헨 올림픽 참사의 배후로 지목한 12명의 팔레스타인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처형은 '검은 9월단'이 선수촌을 습격해 이스라엘 올림픽 대표팀 선수 11명을 살해한 것에 대해 골다 메이어 총리가 내린 보복 명령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무차시는 아테네의 모든 동선에 함께한 KGB 요원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이스라엘 요원들은 어느 밤 그를 기다렸다. 방에 폭발물을 미리 설치해 두었으나 실패하자, 한 요원이 방에 기어올라 안으로 수류탄 두 개를 던져 폭파했다. 그리스는 그저 그날 밤, 유럽 전역을 누비던 그들의 수많은 복수 경로 중 하나의 중간 고리가 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