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의 식사 자세, '아큐비투스'
고대 로마인들이 연회에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식사하는 모습은 폼페이의 벽화나 모자이크에 자주 등장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대체로 왼쪽 옆구리를 아래로 하여 누웠는데, 여기에는 실용성과 사회문화적 의미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왼팔꿈치를 기둥 삼아, 오른손은 자유롭게
로마인들은 식사용 소파(렉투스)에 왼쪽으로 옆으로 누운 뒤 왼쪽 팔꿈치를 쿠션에 괴고 상체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하면 오른손이 완전히 자유로워져 음식을 집거나 술잔을 들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포크가 없던 시대 손과 칼, 숟가락으로 식사했던 로마인들에게 오른손을 자유롭게 두는 것은 필수였고,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왼쪽으로 눕는 자세가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리스에서 물려받은 연회 문화
누워서 식사하는 습관 자체는 로마 고유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의 '심포지옴' 전통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문화는 기원전 7~6세기경 에트루리아를 거쳐 로마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남성들만 소파에 누울 수 있었고 여성과 어린이는 의자에 앉았지만, 제정기에 이르러 여성도 함께 누워 식사하는 모습이 일반화되었습니다.
트리클리니움과 좌석의 서열
부유한 로마인의 집에는 세 개의 소파를 ㄷ자형으로 배치한 전용 식당 '트리클리니움'이 있었습니다. 각 소파에는 보통 세 명까지 기댈 수 있었으며, 자리 배치는 결코 무작위가 아니었습니다. 손님의 신분과 주최자와의 친밀도에 따라 좌석이 정해졌고, 특히 주최자 바로 아래쪽에 있는 '집정관의 자리(locus consularis)'는 손님에게 허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졌습니다.
앉아서 먹는 것은 노동의 상징
로마 사회에서 누워서 식사하는 것은 단순한 편안함의 문제가 아니라 신분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앉아서 빨리 먹는 모습은 노동자나 병사의 이미지였고,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여유롭게 식사하는 태도는 부와 지위, 교양을 과시하는 행위였습니다. 실제로 평민이나 군인들은 주로 앉거나 서서 식사했습니다.
맺음말
요약하면 로마인들이 왼쪽으로 기대어 식사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오른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한 실용적인 선택이었고, 둘째, 그리스에서 이어받은 연회 문화와 신분 과시라는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편안함과 위신을 동시에 충족시켰던 이 독특한 식사 문화는 로마 생활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