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 교수대에서 탄생한 '매달린 자들의 발라드'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 교수대에서 탄생한  매달린 자들의 발라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프랑수아 비용의 상상화. 루트비히 룰만(Ludwig Rullmann)의 리토그래프 • 위키미디어(WIKIMEDIA)

프랑수아 드 몽코르비에(François de Montcorbier), 즉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은 1431년 파리에서 태어나 1463년 이후 역사 기록 속에서 모습을 감춘 인물이다. 그는 대학 시절이던 1452년 예술 석사(maître ès arts) 학위를 취득했는데, 이 덕분에 성직자 신분을 얻어 관대하기로 소문난 종교 재판소의 관할을 받을 수 있었다. 하다못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 시인은 평생 법정을 드나들며 살았으니까 말이다.

1456년 1월, 비용은 한 사제가 살해된 난투극에 연루되어 샤를 7세 국왕으로부터 특사장(赦免狀)을 받았다. 1461년에는 뫙쉬르루아르(Meung-sur-Loire)에 투옥되었다가 루이 11세의 즉위 덕분에 겨우 석방되었지만, 이내 절도와 난투 혐의로 파리의 샤틀레 감옥에 다시 끌려 들어갔다. 교수형을 선고받았으나 형은 운 좋게 10년 추방형으로 감경되었다.

후회로 가득한 시

비용 작품집의 초판은 1489년, 그의 사후에야 세상에 나왔다. 그의 가장 유명한 시는 단연 『매달린 자들의 발라드』(La Ballade des pendus)로, 아마도 옥중에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인은 교수대에 매달린 채 이미 죽은 자신과 동료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산 사람들과 하나님께 자비를 호소하고 기독교인들에게 기도를 청한다. 동시에 영혼보다 육신을 더 아껴 돌본 것을 깊이 후회하는 심경을 토로한다.

우리 뒤에 사는 인간의 형제들이여,
우리를 향해 마음을 굳게 닫지 마소서.
우리 가난한 이들을 불쌍히 여겨 준다면
하나님도 여러분을 더 빨리 불쌍히 여기실 것입니다.
여기 다섯, 여섯이 매달려 있는 우리를 보십시오.
너무 살찌워 먹은 우리 육신은 오래전에 썩어 없어졌고,
남은 우리 뼈는 이제 재와 먼지로 변해 갑니다.
우리의 불행을 두고 웃지는 마소서.
부디 하나님께 기도하여 우리 모두가 용서받게 해 주소서!


우리를 형제라 부르니 경멸하지는 마소서.
비록 우리가 법의 심판 아래 목숨을 잃었더라도,
당연히 아시겠지만
모든 사람이 언제나 평온한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가 이미 죽었음을 생각하여,
처녀 마리아의 아드님께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전해 주소서.
그분의 은총이 우리에게까지 닿기를,
지옥의 벼락에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우리는 죽었습니다. 더 이상 괴롭히지는 마소서.
부디 하나님께 기도하여 우리 모두가 용서받게 해 주소서!


비는 우리를 씻어 내리고 또 씻어 내렸으며,
태양은 우리를 바싹 말려 검게 그을렸습니다.
까치와 까마귀는 우리의 눈을 쪼아 먹고,
수염과 눈썹까지 뜯어갔습니다.
우리는 단 한 순간도 편히 쉴 수 없습니다.
바람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이리저리 마음대로 팔랑거리며,
골무보다도 많은 새들에게 쪼아 뜯깁니다.
그러니 우리 무리에 동참하지는 마소서.
다만 부디 하나님께 기도하여 우리 모두가 용서받게 해 주소서!


만물 위에 권능을 지닌 왕 되신 예수여,
지옥이 우리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소서.
지옥의 심부름이나 값을 치르는 일 따위,
우리와는 아무 상관 없게 해 주소서.
사람들이여, 여기서는 농담을 삼가시고,
부디 하나님께 기도하여 우리 모두가 용서받게 해 주소서.

프랑수아 비용(François Villon)
『매달린 자들의 발라드』, 『유언장(The Testament)』 중에서